피곤함으로 하루 종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와중에도
시간 내에 지정된 분량의 시간대 동영상을 전부 훑어 소재추천을 마쳤다.

출근하자마자 종일 각종 어린이집, 동창회, 교회, 태권도장의 영상더미 속에 숨어 있는
빵 터지는 한 건을 찾아 헤맸지만 소득은 썩 좋지를 않았다.
어째 다른 날보다 유난히 소추할 꺼리가 없었던 하루였달까.

그래도 이번주에 맡았던 테마탑은 그렇게 많이 손이 가지 않는 동네였던 데다가
오늘은 S상사님이 썸네일이나 카피도 전부 정해서 주셨으니
다른 날에 비해서는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는 편이었다.

다만, 어제나 오늘이나 S상사님께서 일일이 카피까지 다 지정해주시는 건
나의 카피 쓰는 능력이 다소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참 그놈의 인간관계가 너무도 중요하건만
그걸 잘 관리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나는 주변 사람들 분위기나 눈치 파악하는 것만 빨라서는;
지금 다소 나나 우리 기수 인턴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S상사님의 행동에 일일이 신경이 쓰이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과민반응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회사를 가나 인턴 생활이 녹록치 않은 것은,
진짜 '내집단'도 아닌, 그렇다고 완전 '외집단'도 아닌,
그런 묘한 경계선에 우리 인턴들이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이제 한 달 가까이 됐으면 직속 상사와 부하 관계로서 좀 더 인간적으로 마음을 열어줬으면 하는 게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소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사원'도 아닌 우리에게 더 마음을 열어 주세요~라고 바라기는 스스로도 찔리는 게 사실.

지금까지 인터넷 포털기업계가 자유로운 복장이나 평등한 사원관계, 열린 의사구조를 채택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굉장히 인간냄새가 날 거라고 생각했건만,
역시나 어쩔 수 없는 대기업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온라인의 공적 업무와 오프라인의 사적 대인(對人)이 나뉘어져 있는 기업계라서 그런지 괜히 더 차가운 듯한 체감온도도 떨치기 어려운 느낌 중 하나다.



어쨌거나 CS도 블로그에 한 건이 뜬 정도이니
오늘은 모처럼 여윳시간이 많이 남은 날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오후에는 시간이 널널하게 남아 사지 쭉 뻗고 있었다거나 그랬던 것도 아니다.
며칠 전부터 예고가 되어 있던 인턴 협동 프로젝트의 주제가 오늘에서야 공개되었고, 그 자세한 협의가 오늘 5시부터 열렸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이슈캘린더'.





...자세한 내용은, 모든게 더 구체화 될 언젠가 다시 적도록 하겠다.
지금은 완전 애매모호해 ㅠㅠㅠㅠ

시간 참 빠르다.
역시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걸 재차삼차 깨닫는다.
가끔 사고 터지면 가슴 철렁하는 건 몇달, 아니 몇년을 해도 안 변할 것 같지만.

아 ... 솔직히 오늘 사고는 좀 억울하면서도 스스로가 바보같았다.
동료 인턴분이 주신 링크가 정상작동하는지 분명히 확인하고 테마탑에 걸었는데
나중에 테마탑을 눌렀더니 엉뚱한 영상이 나오는거다 ㅠㅠ

확인해보니 아까전 동료분께서 분명히 영상을 테마에 넣었는데(나도 확인했는데),
버근지 뭔지, 어느 샌가 문제의 영상이 테마에서 빠진채 저장되고 말았던 것이다.

뭐 사건의 인과관계가 어찌되었든, 참 짜증났던건
질책하시는 상사분께, "어 그거 xx님이 주신건데"라며 스스로의 무실을 주장하는 내 모습이었다.  진짜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허허허허 ㅠㅠ

그럼에도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 역시 그거 내 잘못 아니었다니까!!'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찌질한 나. 


한가지 확실해진건 내 윗 상사분들은 다들 메신저상으론 인정사정 없는 사람들이지만 ㅋㅋ
실제 대면하면 다 좋은 사람들이라는 거.
상사 앞에 내 잘못 아니라며 내뺀 스스로의 모습이 캐부끄러워서 점심시간에 고개도 못 들고 밥먹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 거시는 상사님 모습에 ... 난 그만 울고 말았...던 건 아니지만.  송구스러우면서도 ( '') 흠.  미묘한 감정이었다.

문득, 일본인들의 혼네와 다테마에를 한국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구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불신(??) 엔디.

 

어쨌거나 오늘의 성과가 있다면, 인턴 입사 3주만에 처음으로 주어진 시간대(12:00~18:00) 업로드된 동영상을 다 봤다는 것.

솔직히 말해서 내가 쓰는 노트북이 얼마나 후진지는 몰라도
IE에서 자꾸 오류를 내고 느려터진 바람에 그동안은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겨 보기도 힘들었던 것을 오늘 부로 크롬으로 바꿨더니 제 속도가 나서 마이 페이스로 완주할 수 있었던 거다.
(하튼 이놈의 IE, 무겁기만 한게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코 오늘 겨우 적응해 낸 건 아니라규.  이건 진짜 핑계가 아니야 ㅠㅠ

 

 

매일같이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직장문화를 인턴으로 미리 느껴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정말 난 인턴 되어서 다행이다.

이런거 미리 안 느껴보고 무작정 정사원으로 입사했다면...
냉혹한 직장생활의 현실에 내가 느꼈을 충격은 얼마나 컸을까.

9월 1일.
대망의 첫 입사날.
...임에도 불구하고 빡센 인턴 첫 과제 덕분에 지난밤엔 영락없이 날을 샜다.
베스트감 영상 150개를 골라오라니 ㅠㅠ 그것도 카피까지 지어오라니 ㅠㅠ

뭐 매일 꾸준히 했으면 밤샐것까진 없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알바 마무리 하고, 학교 들락날락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 가버리고
주말을 빡시게 불태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덕분에 아침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역시나 기절.
두 정거장이나 지나치는 바람에 결국 사무실엔 아슬아슬하게 8시 45분 정시에 세이프할 수 있었다.

아 ... 솔직히 기대감보다도 걱정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머릿 속이 빙글빙글.
나 오늘 첫 날인데 혼 안 나고 잘 해낼 수 있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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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치곤 그래도 실패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찾은 동영상 몇 개가 베스트로 빵빵 뜨기도 하고 ㅋㅋ
테마 잘 엮는다는 칭찬도 받아서 흐무디힝

아... 이런 걸로 들뜨는 것도 앞으로 며칠안에 사그라들겠지 ( '');;

실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름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적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역시 난 적응력 하나만은 -_-b

솔직히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내가 꿈꾸던 회사에 들어와서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ㅋㅋ ...


KBS 1 vs 100.

3번의 찬스를 가졌으나 도전기회는 1게임 뿐인 1명의 도전자와, 틀리면 바로 탈락이지만 3게임을 도전할 수 있는 100명의 게스트들이 대결하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도전자가 100명을 떨구면 5천만원의 상금을, 중간에 탈락하면 100명끼리 붙어서 남는 한사람이 도전자가 마지막까지 획득한 상금을 가져가는 식이다. (참 머리 잘 썼다 =_=)

내가 출전한 건 아니고 ... (본인이 출전하기엔 너무도 상식의 깊이가 얕다 =_=)
단비님이 Daum 신지식 엑스퍼트 자격으로 출전하게 되셔서 엉겁결에 방청객으로 쭐레쭐레 따라가게 되었다.
녹화장도 구경하고, Daum 쪽에서 지원 나가는거니까 그 직원들 만나볼 기회도 되고 해서 겹겹이 잘됐다 싶어서 응원하러 나서긴 했는데 ...

원래 아침 일----찍 일어나 이문동 들렀다가 가야 하는 것을 orz
대책없이 늦잠을 자버려서 ... 아이고 미안해라 ㅠㅠ
월요일 욕먹을 각오하고 펑크내버렸다 ㅠㅠ (물론 몇명 연락은 해뒀지만)

아무튼, 1시 10분 여의도역 도착.
나와보니 약속장소인 3번 출구하고는 영 엉뚱한데로 와 있길래 걸어가서 단비님 어디계시나 기웃기웃하다가 문자 날려서 만난게 20분. 늦은 주제에 초콜렛까지 받고 KBS로 갔다.

Daum쪽 담당자하고 만나서 녹화장으로 이동, 혼자 책보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놀다가 녹화 시작.
단비님 생각보다 날씬해 보여서 깜딱!? ... 알고보니 Daum에서 준 티가 XL 사이즈가 없어서 L 사이즈를 쫄티입듯 입으셨다고.[풋(?)]

첫 도전자란 사람이 백수주제에 어마어마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서 매 문제마다 식겁 ;
혼자서 아주 좔좔 문제 해설을 하는게, 이 사람이 문제 출제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녹화장이라지만 뒤에 스탭들 분위기는 살벌하더라. 누가 갑자기 고개 들이밀지는 않나, 엉뚱한 소리가 나지 않나 계속 알바 풀어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고 ...나 진짜 공중촬영 카메라, 사람이 뒤에서 직접 휘두르는 줄 처음 알았다 ㅠㅠ 지 혼자 명령 입력하면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
하아. 과연, 진행하는 김용만씨는 몇시간 서서 떠들고 돈은 엄청 받고, 스탭들은 뒤에서 몇시간동안 닥치고 긴장하고 땀빼면서 박봉이라니 ...( '')

암튼 첫번째 분이 떨어지고 나타난 나머지 도전자들은 이거 뭐 예심을 통과하긴 한건가 싶을 정도로 몰상식들이 많았다 =_= 사해를 바다라고 하질 않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브라질의 항구도시라고 하질 않나.
게다가 이 가엾은 도전자들이 우승자의 찬스를 쓰면 나타나는 전화 저편의 전 회 우승자 분은 ... 아주 이런 농간이 없다.  어떻게 그렇게 대놓고 오답만 고르냐 ( '') 당신 우승자 맞아? =_=;;;;;;

그 와중에도 단비님은 몇시간째 서서 침착하게 문제를 풀어나가셨는데 결국엔 2번째 게임에선가, 100명중에 남은 7명에 포함되어서 인터뷰도 받고 ㅎㅎ 침착한 모습이 멋졌다-랄까.  나라면 막 버버버벅거렸을 듯한 =_=

아니 뭐 그런건 그렇다치고, 일단 무대에서 문제 푸는 사람도 아니건만, 보는 내가 초조해서 죽을 지경이었다;;;;;단비님 이대로 떨어지는건가 긴장해가지곤 견딜수가 없어서 아껴먹으려 했던 초콜렛을 방청석에서 다 씹어먹어 버렸다. 흐엉엉엉.

한회방송분 녹화가 끝나고 Daum에서 쏘는 저녁을 먹으면서 나의 포부[!!]도 노출(?)하는 기회를 갖고=_= 훗
아이고 뭔가 이런저런 생각도 많고, 느낌도 많고, 감상도 많은데, 이후 일은 지금 쓰고 있는 내가 지쳐서 더 이상 키보드를 못 두들기겠다.(사실은 수업중)

암튼 5명의 Daum 엑스퍼트 중 한 분이 거의 상금을 탈 지경까지 갔다가 망해서 캐안습 ㅠㅠ 아이고 아까워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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