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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거닐다/뜯어보기

'음식 韓류 세계로 날다' 리뷰

 2009년 초여름,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CNN에 출연하여 직접 한식을 소개하며, 전 세계에 한식(韓食)을 알리기 위해 몸소 애쓰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것은, 영부인이 앞장서 노력해야 할 정도로 우리 음식이 세계에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의 한류 열풍으로 우리 드라마의 수출은 날로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의 식생활이 해외에 노출되는 기회 역시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음식의 활약상은 좀처럼 듣기 어렵다.

 MBC의 설특집 기획 ‘음식 韓류 세계로 날다’는, 이 시대 한식의 해외에서의 실제 인지도를 점검해 보고, 해외 한식당의 성공사례와 지구촌 사람들이 한식을 접하는 모습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더 널리 어필할 수 있는 한식의 요건을 보여준다. 비록 지구촌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더라도, 이미 세계의 곳곳에서 한식이 새로운 이미지를 입고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며, 한식에는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으므로 앞으로도 더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해외에서의 성공담에 중심점을 두어, 시종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시청자인 한국인들에게 한식에 대한 자부심을 부여하고 있다. 또 외국인들이 스스럼없이 한식의 맛을 즐기는 모습은, 한국인들이 흔하게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은 매워서 외국인들에게는 권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는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엇보다도 이웃 나라 일본이 정책적으로 일식(日食) 수출을 지원하여 큰 세계적 인지도를 얻기에 이르게 된 비결을 보여주면서, 우리 정부의 실용적인 한식 지원 정책까지도 촉구하고 있으니, 한식 수출이라는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서는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내용 면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어쩐지 모순을 끌어안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잘 보면,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해외의 한식당 대부분이 한국적 인테리어나 구조 등과 같은 '한국적인 면‘을 버리고 현지와 동화되는 식으로 인지도나 매상 확보에 성공하고 있다. 심지어 한 비빔밥 가게는 ’한국 식당‘이라는 점을 아예 내세우지 않는다며 이것을 식당의 인기 비결로 꼽기도 하였다. 그러나 후반부의 인터뷰에 나온 국제 요리 학교의 도로시 킴 해밀턴은, 한식의 해외 성공을 위한 조언으로서 “한식을 외국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체 문화의 일부로서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색을 없앰으로써 성공했다는 해외 한식당의 실제 사례와, ’한식‘은 '한국 문화‘라는 대주제의 일부로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하는 외국인, 이 둘은 분명히 모순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과연 한국색을 없앤 한식당의 성공은 ’한식‘의 해외 진출에 있어 바람직한 모습인지, ’한식‘의 성공에 있어 외국인의 저러한 조언은 사업적으로는 비현실적인 것인지 이 프로그램에서 짚고 넘어갔어야 할 중요한 논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반된 입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란히 놓인 것을 보면, 혹시 제작진이 이 프로그램의 모순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자부심 고취도 편견 타파도 좋다. 그러나 밝고 긍정적인 성공의 스토리에만 중심을 두다 보면, 자칫 중요한 논점을 지나쳐버리기 쉽다. 다큐멘터리가 진실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는 빛 뿐만 아니라 어둠에도 눈을 돌릴 줄 알아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듯, 해외에서 실패한 한식당의 사례나 교훈점도 다뤄보며 우리 음식이 세계로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면, 한식의 해외 진출에 좀 더 실질적이고도 진실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