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풍같이 몰아쳤던 연극 문화생활 간단 후기.

 

- 햄릿 / 메가박스

여태 어린이용 소설이나 줄거리로만 알던 햄릿을 원전으로,

비교적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리타분한 냄새 나는 고전을 올리면서 대사는 그대로 갖고 가되 어떻게 현대화할 것인가?

에 대한 연출가의 치열한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교과서 같은 정석적인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혈연관계인 작중 인물 관계와 상관 없이 여러 유색 인종을 섞어서 배역한 것이 인상적.

 

 

- 대학살의 신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프랑스 작품이 원작이라, 열심히 현지화를 한게 보였지만...

여전히 긴 등장인물 간의 호칭에서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다.

여보, 당신 등의 단어를 쓰면 좀 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쉬울 것 같은데.

그건 너무 과격한 변주려나.

 

송일국 씨는 혼자 다른 세상 사는 사람인 것 같다.

연극무대가 자연스러워지려면 많이 먼 듯.

다른 분들 연기는 영화 저리가라임.

 

예전 소극장은 인간 이후로 두번째 방문인데

생각보다 3층 자리도 나쁘지 않았다.

 

 

- 라이어 1탄 / 코엑스 아트홀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고, 롱런하는 작품이라 한번쯤 보고 싶었던지라 잘 됐다 싶었다.

그런데... 역시 10년도 넘은 작품이라 그런지, 여자 캐릭터들이 넘나 수동적이고 전형적이었다.

확실히 옛날 물건이구나 싶었다.

 

물론 이 작품이 거의 이 계열의 원조급이긴 하나

개그코드도 이 시대에 보기엔 식상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그만 내릴 때도 된 듯...

 

남친에게 프로들이 하는 연극은 처음 보여준 셈인데

눈물까지 흘리면서 웃는 걸 보니 흐뭇했다.

 

 

- 프랑켄슈타인 / 메가박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연기의 끝판왕 같은 작품이다.

声にならない声라는 것이 어떤 건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일이라던가 여러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는데

미친듯이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머릿속이 시원하게 비워지는 기분이었다.

 

이 연극이 원작을 어느 수준으로 바꾼 건지 모르겠는데...

여튼 연극으로 본 감상은 여러가지로 한 편의 사이코 드라마를 본 듯 했다.

'피조물'이란 신경쇠약~조현병 정도의 정신장애를 앓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불안정한 내면에 잠들어 있던

진정으로 관심이 필요한 괴물이 아니었을지.

 

무대 연출이 정말 신박한 게 많아서

이것이 바로 영국 국립극장의 클라스구나... 싶었다.

 

 

- 김종욱 찾기 / 대학로

이것도 참 오래도 우려먹는 작품이다.

대본을 다 외우고 있는 특수한 입장이라,

프로들은 같은 대본으로 어떤 느낌을 만드는지 보고 싶었다.

 

확실히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하니까 와닿는 느낌도 다르구나... 싶으면서도

그 옛날의 우리도 없는 환경에서 나름 열심히 잘했다는 느낌도 들고.

대사나 가사 같은게 확실히 20년 전 느낌이 나서 그런가

우리가 했을 때 처지는 포인트는 프로들이 해도 처지는구나 싶고.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멀티 배우분이 정말 열심히 하셨는데,

나야 내용을 다 아니까 안 웃기는 거라고 쳐도, 관객들 반응도 생각보다 별로여서 의외였다.

이게 아무래도 시대가 지나서 안 웃기는 건지, 배우가 너무 멀티처럼 생겨서(?) 안 웃기는 건지,

관객들이 냉정한 타입이었던 건지... 총체적으로 어려웠다.

그냥 내가 했을 때 관객들이 너무 호응을 잘해주셨던 것 뿐일까.

 

 

- 운빨로맨스 / 대학로

웹툰 원작이고 비교적 최근 작품이라...

요즘 시대 대학로 연극의 테이스트를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기대했다.

결과는 대성공. 진짜 재미있었다.

이게 바로 시대상에 맞는 공연이구나.

 

배우들 뽑기 운이 좋았는지

멀티도 너무 사랑스럽고 ㅋㅋㅋㅋ

돈을 내고 보더라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장편 웹툰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녹아들만한 감정선이

연극으로 오면서 압축적으로 표현되는 바람에

아무래도 신파끼처럼 느껴져서 아쉽긴 했는데

뭐... 1시간 반짜리 공연의 어쩔 수 없는 한계려나 하고 넘어갔다.

 

 

 

 

 

막심 므라비차.

모델 뺨치게 훈훈한 생김새와 무시무시한 속주, 화려한 퍼포먼스로 주목받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이 사람의 앨범을 좋아했다.

익숙한 클래식들이 오케스트라나 전자음악을 깔고

피아노 건반을 통해 버무려지는 그 감각을 너무도 좋아했다.

 

그가 내한 공연을 할 때마다 쫓아다녔다.

일본 유학하던 시절을 빼면 첫 내한 무대부터 거의 매 공연마다 발도장을 찍었다.

어느 해의 공연은 끝나고 관계자가 로비에서 포스터를 나눠주기도 했는데

그 포스터 한 장을 갖겠다고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몸싸움 아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도 당연히 공연 정보를 접하자마자 바로 조기 예매를 질렀다.

원래는 5월 12일의 서울 공연을 보려 했으나,

당일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부득이 5월 8일의 고양 아람누리 공연을 예매했다.

 

보니까 올해는 무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라기에

더더욱 부푼 마음을 품고 공연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 글은, 그 5월 8일의 공연을 보고 와서 쓰는 글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정말 최악이었다.

대체 무엇을 위한 오케스트라 협연이란 말인가?

 

공연 내내 드는 생각은 한 가지.

내가 지금 남들만큼 이 공연의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전 공연에서 느꼈던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내 청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해서라고 믿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 소망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앵콜곡이 끝나는 순간엔 정말 참담했다.

공연 내내 느꼈던 까닭 모를 불편함이 

근거 충만한 불쾌감으로 완벽히 치환되는 순간이었다.

 

그저 기가 찼다.

아마추어의 공연을 보러 온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 정도 돈을 내고 이런 수준의 공연을 보고 오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

 

 

 

 

 

그간 막심의 내한 공연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1. 막심 with his band

2. 막심 솔로 공연

3. 막심 오케스트라 협연

 

밴드 공연은 베이스 볼륨 조절 실패 같이 음향 상태가 핵구린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귀와 눈이 동시에 즐거운 무대였다.

뭘 기대하든 그 이상이었고,

그야말로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의 공연다웠다.

 

솔로 공연은 MR 틀고 무대에 덩그러니 놓인 피아노 앞에서

막심 씨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연주하는 식이지만

그의 컨디션 난조로 실수를 연발하지만 않는다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공연들이었다.

 

어차피 막심의 피아노 연주를 생으로 들으러,

또는 그의 퍼포먼스를 실시간으로 보러 가는 거니까

다른 부분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데 이번엔 오케스트라 협연이다.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할 것 같으면 

최소한의 음악적 품질은 보장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선 1막은 그냥 잘 들었다.

오케스트라만으로 선보인 첫 곡도 매우 괜찮았고,

막심 씨 컨디션도 이만하면 매우 좋아보였다.

당연하지만 2005년의 아가들과의 협연과는 확실히 다른 수준이었다.

 

(올해 공연이 막심의 첫 오케스트라 협연은 아니다.

 

2005년에도 한 번 서울청소년교향악단과의 협연이 있었다.

그 때의 공연은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교향악단의 수준 미달로 돈이 아까운 공연이었다.

전문적으로 레코딩한 CD를 팔아서 돈 버는 대중음악가가

돈 받고 관객 받는 공연에서 협연을 해선 안되는 집단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올해 공연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이번엔 나름 20년의 경력도 있다는

"서울 내셔널 크로스오버 오케스트라"라는 분들과의 협연이라지 않은가!)

 

컨디션 쾌조를 자랑하는 막심 아저씨의 솔로 연주로 1막을 마무리하고서

인터벌 시간에 2막의 넘버 리스트를 보고 내심 설렜다.

이건 정말 막심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조화가 돋보일 수 있는 곡들만으로 꽉 차 있지 않은가!

 

 

 

1막에 마지막 두 곡 대신 리스트 솔로가 있었다.

 

 

 

 

 

 

문제는 그 2막부터였다.

어느새부턴가 MR 음향이 메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거다.

 

아무리 집중해서 들어봐도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들의 물결과, 막심의 피아노와,

MR의 무감정한 반주가 각자 따로 놀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트랙은 아예 MR의 음량이 오케스트라의 음량을 압도해 버려서

오케스트라가 있으나마나한 느낌이었다.

 

이번 공연이 총체적 난국인 것 같다는 개인적인 불안감은

엑소더스, 파가니니, 산왕의 궁전을 지나며 더더욱 증폭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어이는 마지막 곡인 미션 임파서블에서 

이놈의 불안감의 실체를 완벽히 드러내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마지막 음 "쾅!"의 박자가 오케스트라와 MR과 막심의 연주가 모두 달랐던 거다.

이건 빼박캔트였다.

공연 내내 저 셋은 각자의 트랙을 틀어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선 이 공연의 품질을 관리하건 담당하건 하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아니, 대체 왜!

막심과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MR을 또 틀어놓을 필요가 있단 말인가?

 

대체 왜!

오케스트라에 스트링과 퍼커션이 완비되어 있는데 

MR은 MR대로 드럼 비트와 스트링 트랙이 재생되고 있단 말인가?

 

대체 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앞에 두고 

MR에 맞춰 무상하게 지휘봉을 휘둘러야 한단 말인가?

 

 

 

 

그래, 백 번 양보해서

엑소더스는 사람의 보이스가 들어가니까 그렇다 치자.

그럼 보이스 트랙만 틀던가 하면 될 일이다.

 

아니, 솔직히 아예 MR 트랙을 빼버린들

엑소더스라는 곡의 감동이나 크로스오버 버전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오케스트라에는 퍼커션 주자가 세명이나 있었다.

그들과 그들의 악기들이 앨범에 수록된대로의 전자음은 못 내겠지만

막심 앨범 특유의 드럼 비트를 구현하지 못 할 것도 없다.

심지어 오케스트라만으로 이루어진 공연에서 그들의 실력은 이미 증명된 바다.

 

굳이 드럼 비트가 포함된 MR 재생을 고집해야 할 합리적 이유를

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비단 엑소더스 뿐 아니라 모든 트랙이 그렇다.

 

 

 

귀로 듣는 것만도 이 모양인데,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 역시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지휘자 선생님은 온 정신을 집중해서 MR의 비트를 맞춰가려고 노력한다.

오케스트라는 그 지휘자 선생님의 지휘봉 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따라가려고 애쓴다.

근데 막심 아저씨는 그냥 하던대로 자기 류의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이건 정말 서로들 너무도 안 맞춰 보신 흔적이 역력하지 않은가.

협연의 의미가 없다.

심지어 실내악 구성도 아닌 오케스트라 협연이라니, 맙소사.

 

이렇게 할 거면 차라리 막심 아저씨 혼자 MR 틀고 솔로 공연하는게 낫다.

어차피 막심이라는 이름값 갖고 파는 티켓 아닌가.

솔로 때랑 비교해서 표값도 크게 차이 안 나던데.

 

 

 

 

진심으로 걱정된다.

이건 환불을 받는다 해도 공연 가느라 들인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퀄리티다.

이런 호흡으로, 이런 수준으로 남은 순회공연을 떼지어 도실 생각을 하면 아득하다.

사기꾼 집단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더구나 재앙인 것은 막심의 셀링 포인트 특성 상 

대부분의 관객들이 막심의 비주얼과 퍼포먼스에만 정신이 팔려

CD 사다가 싸인 받을 생각으로만 가득찬 사람들이라는 거다.

 

그들로 인해 가득 채워지는 현장판매 상자 속 현금다발을 보며

공연 기획사를 비롯한 당사자들은

이런 재앙 수준의 공연을 뽑아내고도 한 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리라.

 

작년 투첼로스의 공연도 그렇고,

"보는 것"에만 몰입한 나머지 "듣는 것"으로서의 음악의 본질은 

아예 잊어버리고 마는 크로스오버 공연 관객의 한계,

이것이 크로스오버의 장르적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크로스오버 장르와 막심의 오랜 팬을 자처하며 쓰는 이 냉정한 글이 

MR에 묻혀버린 오케스트라만큼이나 덧없는 외침이 될 현실이 씁쓸하다.

 

 

 

 

 

 

 

 

 

감상을 좀 날카롭게 요약하자면,

돈 주고 봤지만 돈이 아깝다.

싸구려 로맨스 코미디.

 

장르는 대충 돈 벌리는 로맨스 코미디로 설정해 놓고

그냥저냥 돈 되어라 돈 되어라~ 하고 쓴

성의없는 극본이 매우 크리티컬.

 

억지 설정에

억지 감동에

억지 재미에

휴.

 

뭐 열심히 온 몸을 던져 연기하는

배우들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들은 구린 극본을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커플들한테 강추한다는데

뭐 음 ...

10대~20대 초 쯤의 여전히 나이 덜 먹어서

별 것도 아닌 이유로 아웅다웅하는 커플들한테나

원래 연극 별 생각없이 보는 사람들이나

연극 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한테는

좋을...지도?

 

지금 한창 달달한 연애 라이프를 보내고 있는

좋은 극본 엄청 따지는

연극 이것저것 많이 본 내 입장에서는

이거 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

 

 

 

 

 

웃기려고 넣은 장면들이

처음에는 좀 분위기 타서 웃기는가 싶었는데

가면 갈수록 안 웃겨서 엄청 난감했다.

 

특히 그 연예인 여자 역할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짓들이

하나도 안 웃겨서 초난감...

나중엔 보기 안쓰럽더라.

 

감동 코드도 다분히

일본 드라마의 억지성 감동 코드라

아 이러지 좀 말자 쫌!!! ㅠㅠ

 

연애 얘기 할 거면 끝까지 연애 얘기나 하던가

갑자기 자아 성찰은 왜 해?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극 내내 '여자'와 '남자'의 성역할 구분이

굉장히 불편할 정도라 ...

뭐 생각 없이 볼 거면 상관 없겠지만

대가리에 피 좀 마른 사람이 보기엔 엄청 불편하다.

요즘 시대에 ... 대체 왜 ???

같은 느낌.

 

 

 

 

이런 작품 보면 볼수록

 'xx 사이트 로맨스 코미디 1위'

라는 광고 문구가 정말 허무하게 느껴질 뿐.

개나 소나 갖다붙여도 되나 봐.

 

검색해서 걸리는 후기들은 칭찬 일색이던데

대부분 협찬성이라 그런 듯.

공짜에다 대고 욕할 필요는 없으니까 ( '')...

 

 

 

 

 

 

 

 

별점부터 매기고 시작하자면 ★★★★★

약간 블랙 코미디 계열.

작품성 충만.

부모님 세대와 함께 보면 좋을 공연. 특히 어머니와.

 

 

 

주제의식을 명확히 잡고 단편 4개를 짜임새있게 엮은 극본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던 작품.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근대 러시아에서 권위의식에 찌든 남편에게 핍박받던 소극적인 '아내'들이

각자 짐짝(파우치)을 싸들고 기차역으로 나오게 된 이유를 추적하는 내용.

 

때론 잔잔하고 때론 격정적이며 때론 순정이자, 때론 치정인

지극히 현실 드라마.

 

 

이 연극의 작품성은 원작 소설이 기여하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원작을 안 읽은 내 입장에서 봐도, 그냥 공연 자체가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었다.

공연이 끝날 즈음엔 부제인 '파우치 속의 욕망'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 연기도 수준 이상이거니와 연출이 정말 너무 좋다.

잔잔한 음악, 정말 간단한 소도구와 배우들의 자세만으로 이루어지는 소박한 연출인데도

하나하나 눈을 뗄 수가 없다.

 

빵 터지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 포인트도 살아있고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불편하지 않다.

 

 

 

 

 

동명의 영화도 있던데

찾아보니까 완전 별개의 작품인듯.

(오히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랑 꽤 비슷한 느낌)

 

생각해보니 내가 여태 본 로코 연극도 꽤 되는데

지금껏 봤던 로코 연극 중에 제일 빵터졌음.

이렇게 터지기도 쉽지 않은데 아 진짜 ... ㅋㅋㅋㅋ

 

심지어 이건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도 아니고 창작이잖아?

각본과 연출력 대단하다 레알.

협찬을 많이 받은 편이던데 이거시 자본의 힘인지...

 

배우들도 완전 베테랑들이고

대사 치는 거라던가, 백그라운드 연기나 어디 흠잡을 데 하나 없었다.

배우들 생긴 것도 그 아저씨 말고는(ㅠㅠ) 다 완전 훈남훈녀들인데 어쩜 또 그렇게 잘 망가지닠ㅋㅋㅋㅋ

 

 

진심 보면서 감탄, 나오면서 감탄, 집에 오면서 감탄.

누가 연극 추천해달라면 진짜 망설임 없이 추천하겠음.

제 점수는요... ★★★★★! 쾅쾅

 

 

 

 

나중에 한번 더 보고 느낀점.

이게 배우를 탄다... 약간 둔한 배우가 코믹한 역을 맡으셨는데 1회차보다 느낌이 덜함.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이 정도면 쓸만하겠지 싶어서 어머니 모시고 다녀왔음.






음...

결론을 얘기하면 

캐릭터 배치 괜찮고

곡도 잘 뽑았고 연출도 괜찮은데


내용 자체가 너무 신파조인데다가

뒤에 뭐가 이어질 지 굉장히 뻔하게 예상이 가는 전개라서

크게 신선하다거나 새로운 감정은 느끼기 어려운 듯.

심지어 극의 주제를 관통하는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는

설정도 좀 조악하고 인물들과의 개연성이 그닥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움.


그리고 곡을 잘 뽑았다곤 하지만

너무 발라드 일색인데다가 

이 곡이 저 곡 같고 저 곡이 이 곡 같은 느낌도 좀...


데자뷰+나비효과 짬뽕 같은, 

다분히 어디서 조금씩 베껴온 듯한 대본도 그렇고

약간 억지 감동에 많이 기대려는 듯한 느낌이라서 

그렇게까지 대단한 느낌은 없었다.


배우들 노력은 대단하지만

어쨌든 내 돈 주고 봤다면 배 좀 아팠을 공연.


감성팔이에 약한 사람 및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에게 강추.

뒤통수 빠악 치는 반전이나, 치밀한 대본 좋아하는 사람에겐 비추.



 

 

 

 

우선 한마디로 평하자면,

지난번 본 현자 나탄이, 작품의 규모에 비해 연출력이 부족해서 아쉬웠던 작품이라면

이번 셰익스피어의 사내들은 작품의 규모에 비해 잉여롭도록 연출력이 넘친 작품...

 

 

 

1.

우선 젊은 극단의 작품이라 그런지,

도전적이라 할 만한 은유의 극본이었다.

 

비주류 특유의,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느낌이랄까,

대학로에 차고 넘치는 주류로서의 상업적 연극을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완성도와 관객의 호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하는 치열한 고민이 엿보였다.

 

 

 

 

2.

검색에서 걸리는 후기 등에 주제의식이 뭔지 모호하다는 얘기가 많은데,

내가 보기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셰익스피어'라는 위인 자체에 대한 2차 창작을 통해 명작 탄생의 배경을 상상해보고

'연극과 연극인의 삶'에 대한 자기위로를 시도한다.

 

즉 셰익스피어는 어디까지나 거들 뿐...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진짜 전하고 싶었던 말은

"연극이란 무엇인가? 왜 연극을 하는가? 연극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에 대한 답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셰익스피어의 인생을 다소 무리하게 끌어온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그의 작품을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해 본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참신했고

결과적으로 도전작 치고는 작품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3.

이 "연극과 연극인의 삶에 대한 자기위로"라는 주제에 대해서 좀 더 파고들어 보자.

 

'셰익스피어의 사내들'은 다음 질문에 대한 하나의 가설을 제시하는 것으로 내러티브를 풀기 시작한다.

"셰익스피어의 명작은 어떻게, 무엇을 바탕으로 창작된 걸까?"

 

그리고 그 가설은,

유랑극단을 이끌던 셰익스피어가, 어느 묘지에 흘러들어가

그곳에서 만난 세 명의 사내에게서 들은 인생 사연을 극본으로 만들어주는데

그것이 햄릿이고, 오셀로고, 리어 왕이라는 것이다.

즉 그의 명작들은 알고보면 개개인의 인생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야기라는 것.

 

분명 시작은 셰익스피어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중반쯤부터는 어느 새인가 "연극은 인생 그 자체다"라는 주제를 꽤 강렬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에, 셰익스피어가 세 명의 사내들을 자신의 유랑극단의 배우로 올려서 연기를 하게 하고

그 연기를 통해 그들의 삶에 맺혀 있던 한과 응어리를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연극이 갖는 카타르시스의 효과, 그것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함께 주제의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내게는 낯설지 않은 주제다.

작년 쯤에 봤던 "아리랑 랩소디"에서도 상당히 메인으로 밀었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이 주제 요즘 유행하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주제의식을 가진 연극은 대체 누구를 위한 연극인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연극'이라는 콘텐츠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비연극인들을 위한 연극일까?

아니면, 연극을 직업으로 삼고도 그것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연극인들을 위한 연극일까?

 

다시 돌이켜 봐도,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전달받은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연극은 이래서 존재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연극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이렇게 삶을 담고 있으며, 이렇게 삶을 감화시킵니다."

 

 

 

 

 

4.

아마도 여기서부터는 극본의 문제점 얘기가 될 것 같다.

 

젊은 극단의 의욕 넘치는 창작극인만큼, 좋은 말만 쓰고 싶은 기분도 내심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지적할 포인트을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다소 억지를 부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선 명작을 현실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2차 창작을 가한 캐릭터들 말인데,

현실적이라고 치기엔 캐릭터의 성격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쉽게 말하자면 "오버"다.

 

셰익스피어가 도대체 반쯤 나사풀린, 아니 어쩌면 수은 중독(..)으로 보이는 건 그렇다 치자.

오셀로의 모티브가 된 사내가 참 안 어울리게 협조적인 것도 그렇다 치자.

리어 왕의 모티브가 된 사내는 안 그렇게 생겨서는 왜 이렇게 사방 오지랖이 넓은지... 뭐 그것도 그렇다 치자.

 

햄릿의 모티브가 된 사내는 ... 대체 답이 없다.

작품 전체에서 가장 감정변화의 진폭이 크고 뚜렷하며 그야말로 극적인 존재인데

그 감정변화의 진폭이 발생하는 사건들과 그에 따른 그의 심리 변화에 전혀 공감이 안 간다.

 

아니, 그냥 공감이 안 가는 건 아니고

좀 더 찝어 말하자면, '성인으로서' 공감이 안 간다.

 

이 친구 꼴로 봐서는 도저히 연극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데

어느 샌가 호갱이 되어 참여하고 있고,

셰익스피어와 가장 첨예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지만

결국엔 셰익스피어 말에 감화되어 다 극복하고 호갱짓(...)을 하고 있다.

 

마치 저것은 ... 어릴 적 본 애니메이션에서 어두운 과거를 가진 악당이
주인공의 말에 감화되어 악당짓을 그만두게 되는 클리셰를 어른이 되어 다시 접한 것 같은 느낌인데,

"뭐? 방금 그걸로 지금 심경의 변화를 겪은 거야? 진짜 그 대사로?"

그냥 막 오그라든다. 발가락이 발뒤꿈치를 뚫고 나올 것만 같다.

 

아무튼 그 친구가 성 내는 패턴도 ... ㅋㅋ

다 꺼지라고 그러고, 혼자 내버려두라고 그러고, 니들이 뭘 아냐고 그러고, 뛰쳐나가고 ...

한창 중2병을 앓는 진짜 중2의 모습 그대로다.

 

아 물론 진짜 햄릿도 지독한 중2병을 앓는 캐릭터가 맞긴 한데...

햄릿은 그 대사가 중2병 환자라서 그렇지, 사고방식 자체는 중2병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내는 그냥 존재 자체가 중2병...

 

배우의 연기에는 나무랄 데가 없으니 배우를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닌데

캐릭터 자체가 통 좋게 보이지가 않았다.

심지어 민폐로 등장에서 민폐로 끝나고 말이지...

 

 

 

 

5.

어느새부터인가 연극 볼 때 유심히 보는 부분이 있는데

현재 극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대사를 할 때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과,

얼마나 대사가 유려하고 자연스러운가? 라는 부분이다.

특히 후자는 내가 생각하기에 극의 완성도를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도 이 작품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내용을 인용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그냥 인물들 간의 잡담(?)은 구어체로 풀어도 될 것을, 

문어체를 그대로 갖다 쓴 대사가 있어서 가끔 영 거슬리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몰입감이 슝 슝 하고 사라지려는 위기가 몇 번 있었다.

 

이건 퇴고를 덜 해서? 아니면 배우들이 각본가에게 피드백할 기회가 없어서?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는데...

 

 

 

 

 

6.

이런 다소 부실한 부분들이 있었음에도

공연이 끝나고는 꽤 좋은 작품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열정 가득한 배우들의 연기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연출력 덕분이었다.

 

이것이 각본이 비워놓은 극적인 효과를 살려놨고

관객들의 시선을 끝까지 잡아놓을 수 있었다.

 

요근래 본 창작극 중에는 연출력이 정말 빛을 발한 작품인 것 같은데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자세히 적자니 왠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

간단히만 정리하자면

 

- 셰익스피어의 꿈 속, 사람을 밟고 서 있는 위태로운 그녀

아 이건 정말 감탄사가 소리로 나올 뻔 했다. 누가 이렇게 참신한 생각을 했지...

 

- 배우까지도 무대 장치로 활용하고 조명의 극적 효과를 한껏 살린 마지막 장면

이건 뭐 그냥 소오름...

 

 

 

 

 

 

 

 

 

레싱이라는 독일 극작가가 쓴 고전 작품...을 한국에서 초연.
...이라지만 기왕 지금의 무대에 올린다면

좀 더 현대인의 정서에 맞춰줄 순 없었을까 하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

 


1.

작품 자체는 이건 무대보다는 차라리 그냥 책으로 접하는게 더 나았을 듯.

어쨌거나 무대에 올린 걸 봤으니 무대를 중심으로 평하자면,
전체적으로 '고전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과한 의욕만이 앞선 무대이지 않았나...

 

 

2.

인터미션 10분 포함 150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 중에
앞의 70분은 정말 대재앙이었다.

거의 소설 장미의 이름 도입부를 보는 듯한 기분.

 

정말 쓸데 없다 싶은 장면이 많고, 템포도 느린 데다가

결과적으로는 내용 자체도 도저히 70분이 필요한 내용이 아닌지라

대체 1막 내내 엉덩이가 근질거려서 ...

(결국 같이 간 친구는 1막을 보고 나가 버렸다!)

심지어 장면전환마저도 너무 엉성해서 자꾸만 몰입감이 떨어져서 죽을 맛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을리야 없겠지만

마치 러닝타임을 억지로 맞추기 위한 장면들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왜 관객을 시험에 들게 하시나이까 TㅁT...

 

일단 연출가가 나이를 좀 잡수신 분인지

고전을 존중한답시고 퀴퀴한 극본을 그대로 갖고와서 대사만 몇 개 바꾸고 만 것 같은데...

기왕 요즘의 무대에 올리는 거라면,

1막 내용은 10분 정도 분량으로, 자를 데 과감하게 잘라 버리면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몰입감을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2막에서 다 죽어가던 템포가 살아나서 망정이지...



3.

내 예상을 뛰어넘는 당황을 안겨 준 것은

1막의 주제와 2막의 주제가 상당히 따로 논다는 것이었다.

 

이것도 참 장미의 이름스러운게...

1막은 종교적 화합의 메시지가 강했고

2막은 얽히고 설킨 출생의 비밀 풀이? ...;;;

 

이게 원작의 문제인지, 무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1막의 주제로도, 2막의 주제로도 각각 하나의 기승전결이 있는 극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

기왕이면 어느 한쪽을 선택해서 집중하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4.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연출, 조명, 음향이 하나같이

극의 주제나 무게감을 전혀 살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나름 큰 무대에서 하는 작품인데 왜 소극장만도 못한 싼틱한 느낌이 드는 걸까.

 

 

5.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극본보다는 중견 배우들의 연기를 기대하고 보러 간 면이 큰데
젊은 배우나 나이든 배우나 수준이 비슷하게 평준화가 되어 있는 점이 너무 의아했다.

(반대로 같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끼리 너무 연기 차가 나도 문제긴 한데...)

 

오오 님들 연기가 훌륭합니다! 수준도 아니고,

호흡이 착착 맞네! 이런 느낌도 약하고

대사도 많이들 버벅이시고...

발성도, 발음도, 일부러 붙인 듯한 이상한 억양도...
아마추어 극단의 연극을 보는 듯하여 심히 난감했다.

심지어 관록 있고 경력 많은 중견 배우들까지 나왔는데

고작 이 수준의 캐릭터 메이킹이라니... 굉장한 실망감이었다.

배우들이 각 캐릭터의 행동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들 참고 입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내가 봤을 때는 이건 거의 연출자의 실패인 것 같다.

 

 

6.

한편으로는 이 작품은 뮤지컬로 각색해서 만들면

오늘 느낀 대부분의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을까 싶은 부분도 있다.

 

사실 엄청나게 심오한 내용도 아니라서 ...

지루한 도입 부분을 화려한 노래와 춤으로 꾸미고

길어지는 옛이야기를 극중극으로 바꾸는 식으로 하면

대재앙을 일으킨 문제들이 어떻게든 수습이 되고

심지어 마지막의 해피엔딩도 훨씬 더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에휴, 아무튼 전체적으로 아쉬운 공연이었다.

고전을 올리겠다는 그 '의지'가 아까웠던 공연...

 

남한테 추천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그 남이 아무리 관대하다고 해도 추천은 못 해줄 것 같다.

 

 

 

 

 

 


평일 저녁 8시 공연 다녀옴.

 

요즘 넘쳐나는 그저 그런 상업 연극들처럼

억지 웃음 유발이나 몸개그로 때우는 작품이 아닐까 ... 다소 걱정했는데,

 

아 ... 진짜 이건 ㅋㅋㅋㅋㅋㅋ

달링 - Everyone says I love you의 계보를 잇는

레알 빵빵 터지는 공연이었다 ㅠㅠ

매 순간 순간에 웃느라고 나중에는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일단 대본이 완전 탄탄하고 설계가 잘 되어 있었다.

누군지 참 머리 많이 썼겠다...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섹드립 어쩔거여 ㅠㅠㅋㅋㅋㅋㅋㅋㅋ

엄청나게 판을 벌여놓고 나중에 깔끔하게 수습되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깔끔하게 잘 차려진 정찬을 먹고 나온 느낌이랄까.

 

조명 및 음악도 적절한 부분에 과함도 부족함도 없이 들어간 편이고

배우들이 캐릭터 성격이랑 완전히 매칭되어 있어서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쉐프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가 정말 ... ㅋㅋㅋㅋ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던 게, 배우들 목상태가 안 좋았다는 거...

롱런하는 공연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목을 혹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ㅠㅠ

 

 

 

 

가볍게 즐겁게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거 추천해달라면

큰 고민 없이 추천해 줄 수 있을만한 공연.

 

다만 '달링'이랑 똑같이,

내용 전체가 불륜, 불륜, 불륜을 가지고 구워 삶으며 웃는 흐름이기 때문에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께는 비추.

 

 

 

뉴스에서 전시 안내 보고 한 번 보러 갈까 벼르고 있던 건데

마침 티켓몬스터에서 할인 쿠폰이 떠서

옳다쿠나 하고 감.

 

 

 

느긋이 구경해서 다 도는데 2시간 쯤 소요한 듯.

유명한 명작들을, 그간 미처 알지 못했던 해설과 함께 볼수 있다는 점이 괜찮았다.

현대의 설치예술작가들의 작품들이, 연관된 고전과 콜라보레이션(?) 식으로 전시되어 있는 것도 신선했고,

후반부에 나오는 명작 제조과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웠다.

정말 유화 그림 하나 그리는데는 어마어마한 정성과 센스가 필요하단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근데,

아무래도 빈약하다.

영 뒷맛이 씁쓸하다.

대여료 3000원 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안 들어서?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뭔가 그냥 선, 그림자, 색 등 주제만 적당히 걸어놓고 짜맞춘 듯한 구성도 그렇고,

 

각 작품마다 옆에 걸려 있는 TV에서 작품을 부분부분 확대해서 보여주거나, 해체해서 다시 그리거나

비바람, 반짝이는 효과 등을 덧입히는 등의 연출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고 관객에게 의도를 전달해주려고 한 장치가 있는데

그 효과가 너무 궁색해서... 있으나 없으나 같은 느낌도 들고, 좀 싼 맛 난다고 해야 하나.

 

프로젝터에서 작품을 크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방에서는

효과도 별로 극적이지 않고, 장면 전환도 너무 느려서 참고 보기가 힘들었으며

작품 설명이라고는 손바닥만한 틀에 붙어있는 작품 전체 설명이 전부인지라

부분 부분 확대되는 포인트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어서 불친절했다.

홍보는 요란한데 실속은 없었다.

 

뭐랄까...

느리고, 조용하고, 지루하고, 어둡고, 침침하고, 더웠다.

그런 아쉬움 가득한 전시였다.

 

 

 

이번에 할인쿠폰으로 싸게 가서 망정이지

제 돈 주고 갔으면 진짜 속쓰릴 뻔 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