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풍같이 몰아쳤던 연극 문화생활 간단 후기.

 

- 햄릿 / 메가박스

여태 어린이용 소설이나 줄거리로만 알던 햄릿을 원전으로,

비교적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리타분한 냄새 나는 고전을 올리면서 대사는 그대로 갖고 가되 어떻게 현대화할 것인가?

에 대한 연출가의 치열한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교과서 같은 정석적인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혈연관계인 작중 인물 관계와 상관 없이 여러 유색 인종을 섞어서 배역한 것이 인상적.

 

 

- 대학살의 신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프랑스 작품이 원작이라, 열심히 현지화를 한게 보였지만...

여전히 긴 등장인물 간의 호칭에서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다.

여보, 당신 등의 단어를 쓰면 좀 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쉬울 것 같은데.

그건 너무 과격한 변주려나.

 

송일국 씨는 혼자 다른 세상 사는 사람인 것 같다.

연극무대가 자연스러워지려면 많이 먼 듯.

다른 분들 연기는 영화 저리가라임.

 

예전 소극장은 인간 이후로 두번째 방문인데

생각보다 3층 자리도 나쁘지 않았다.

 

 

- 라이어 1탄 / 코엑스 아트홀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고, 롱런하는 작품이라 한번쯤 보고 싶었던지라 잘 됐다 싶었다.

그런데... 역시 10년도 넘은 작품이라 그런지, 여자 캐릭터들이 넘나 수동적이고 전형적이었다.

확실히 옛날 물건이구나 싶었다.

 

물론 이 작품이 거의 이 계열의 원조급이긴 하나

개그코드도 이 시대에 보기엔 식상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그만 내릴 때도 된 듯...

 

남친에게 프로들이 하는 연극은 처음 보여준 셈인데

눈물까지 흘리면서 웃는 걸 보니 흐뭇했다.

 

 

- 프랑켄슈타인 / 메가박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연기의 끝판왕 같은 작품이다.

声にならない声라는 것이 어떤 건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일이라던가 여러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는데

미친듯이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머릿속이 시원하게 비워지는 기분이었다.

 

이 연극이 원작을 어느 수준으로 바꾼 건지 모르겠는데...

여튼 연극으로 본 감상은 여러가지로 한 편의 사이코 드라마를 본 듯 했다.

'피조물'이란 신경쇠약~조현병 정도의 정신장애를 앓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불안정한 내면에 잠들어 있던

진정으로 관심이 필요한 괴물이 아니었을지.

 

무대 연출이 정말 신박한 게 많아서

이것이 바로 영국 국립극장의 클라스구나... 싶었다.

 

 

- 김종욱 찾기 / 대학로

이것도 참 오래도 우려먹는 작품이다.

대본을 다 외우고 있는 특수한 입장이라,

프로들은 같은 대본으로 어떤 느낌을 만드는지 보고 싶었다.

 

확실히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하니까 와닿는 느낌도 다르구나... 싶으면서도

그 옛날의 우리도 없는 환경에서 나름 열심히 잘했다는 느낌도 들고.

대사나 가사 같은게 확실히 20년 전 느낌이 나서 그런가

우리가 했을 때 처지는 포인트는 프로들이 해도 처지는구나 싶고.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멀티 배우분이 정말 열심히 하셨는데,

나야 내용을 다 아니까 안 웃기는 거라고 쳐도, 관객들 반응도 생각보다 별로여서 의외였다.

이게 아무래도 시대가 지나서 안 웃기는 건지, 배우가 너무 멀티처럼 생겨서(?) 안 웃기는 건지,

관객들이 냉정한 타입이었던 건지... 총체적으로 어려웠다.

그냥 내가 했을 때 관객들이 너무 호응을 잘해주셨던 것 뿐일까.

 

 

- 운빨로맨스 / 대학로

웹툰 원작이고 비교적 최근 작품이라...

요즘 시대 대학로 연극의 테이스트를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기대했다.

결과는 대성공. 진짜 재미있었다.

이게 바로 시대상에 맞는 공연이구나.

 

배우들 뽑기 운이 좋았는지

멀티도 너무 사랑스럽고 ㅋㅋㅋㅋ

돈을 내고 보더라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장편 웹툰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녹아들만한 감정선이

연극으로 오면서 압축적으로 표현되는 바람에

아무래도 신파끼처럼 느껴져서 아쉽긴 했는데

뭐... 1시간 반짜리 공연의 어쩔 수 없는 한계려나 하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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