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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거닐다/살아가기

가희헌에서 한복 만삭사진 촬영하기 feat.내돈내산

촬영한지 벌써 한달이 지나 느지막히 쓰는

가희헌에서의 한복 만삭 사진 촬영 후기.

 

앞에 뭐 잡설이 많으니 촬영 후기만 궁금하신 분은

스크롤 쫙쫙 내리시고 대충 한 5번 단락부터 보시면 될듯.

 


1.

원래는 만삭 촬영이고 뭐고 별 생각이 없었다.

 

남들 다 하는(?) 임신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애는 뱃속에 있어서 보이지도 않는데 촬영까지? 싶기도 했고...

 

사람들이 스튜디오에서 찍은 만삭 사진이라고 올려놓은 사진들 보니 

D라인 잘 보이라고 몸에 딱 달라붙는 이브닝 드레스 같은 거 입고 찍던데

결혼식도 웨딩드레스 싫다고 한복 입고 치른 마당에

이제 와서 그런 걸 입고 싶을 리가 있나.

 

여튼 그래서 조리원 연계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무료 촬영을 해주겠다며 연락이 왔을 때도

반려인과 심드렁하게,

귀찮은데 걍 찍지 말까...? 라는 얘기까지 했었다.

 

뭐 어차피 무료라고 하니 그냥 스튜디오엔 슬렁슬렁 가서 찍고,

따로 성장앨범 같은 거 계약은 하지 말자, 정도로 정리하긴 했다.

 


 

2.

그러던 내가 갑자기 만삭 사진에 전력투구하게 된 것은...

우리 결혼식 사진을 오랜만에 들쳐본 게 결정적 계기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 어렵던 코로나 시절에

둘이서 내키는대로 박물관 빌려다가 한복 입고 결혼하길 참 잘했다 싶지만

그래도 끝끝내 아쉬운 것이 본식 헤어스타일이었다.

 

그땐 주변에서 다들 한복에 맞게 머릴 길러야 한다고 해서

숏컷에서 1년 동안 꾸역꾸역 머릴 길렀었고,

그러다보니 머리 길이도 꽤 애매했었고,

결국 본식 당일 추가 요금 넣고

붙임머리를 잔뜩 넣어가며 간신히 모양을 잡았었다.

 

잔머리 하나 없이 강력하게 스타일링 해주신 덕분에

5월(...)의 야외 예식 내내 불었던 세찬 바람에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유지된 부분은 정말 고맙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진으로 남은 모습은...

이게 정말 최선인가!!! 라기엔 영 시원찮았던 것이다.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지만 이게 최선이냐!! 라기엔 좀...

 

 

 

 


3.

그래서, 만삭 사진이든 뭐든 어차피 촬영을 할 생각이라면,

이번엔 진짜 제대로 된,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좀 찍고 싶었다.

 

무엇보다, 본식 때 웨딩 드레스 빌릴 비용으로 반려인과 함께 맞춘

우리의 고오오급 명주 한복을 다시 한번 빛나게 하고 싶었다.

 

한복 좋은 게 또 뭡니까?

살이 쪘건 임신을 해서 배가 나왔건

다시 꺼내 입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한복을 입고 만삭 촬영에 나서기로 결정하게 된 것!

 

일단 방향성을 잡고 나니

남은 건 어디서,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 였다.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고궁 스냅이었다.

근데, 한복 싣고 차로 이동해서 메이크업 받고

또 궁까지 가서 갈아입고 촬영을 해야 할 게 아닌가...?

 

본식 앞두고 한여름의 궁궐에서 한복 스냅 촬영했을 때의

그 빡셌던 기억을 떠올리니...

도저히 임산부의 몸으로 다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4.

이쯤해서 든 생각이,

메이크업을 스튜디오 안에서 해결할 수 있고

궁궐 못지 않게 한복이 잘 어울리는 한옥 스튜디오라면?

 

그렇게 한옥 스튜디오를 밤새 검색해봤다.

크게 두 종류의 검색 결과가 나왔다.

  • 웨딩 촬영용 스튜디오...인데 한옥 컨셉이 있는
  • 본격 한옥 스튜디오...인데 아기 돌 촬영 전문인

근데...

웨딩 촬영하는 곳은

그야말로 웨딩 스드메 패키지로 진행해야 하고,

한옥 배경이라고 있는게 고작 방 하나 정도의 공간이라

애시당초 우리가 갈 만한 곳이 아니었다.

 

아기 돌 촬영하는 한옥 스튜디오는

규모 있는 한옥을 갖췄고 메이크업도 자체 지원되는 건 좋았다.
(거야 어린 아이 데리고 와서 얼른 찍어야 하니까 당연한 옵션인듯)

 

근데 부부만 찍는 상품을 제공하는 곳이 없고

결정적으로 무조건 자기네 업체에서 제공하는 한복을 입어야 한다는 곳이 많아서

검색을 하면 할수록 좌절감만 밀려올 뿐이었다.

 

  • 이미 결혼함 = 웨딩 아님
  • 소환수가 태어나지 않음 = 돌잔치 아님
  • 만삭 사진은 찍고 싶음
  • 한옥에서 찍고 싶음
  • 그것도 내 한복을 입고 찍고 싶음
  • 메이크업은 스튜디오 내에서 지원해야 함

 

이런 델리케이트한 나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은

정녕 없단 말인가!!!

본인 스스로도 델리케이트함을 알고 있다는 게 개그

 

 


5. 

...하고 포기하려던 그 순간,

"가희헌"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여기도 일단은 아기 돌 사진 전문 한옥 스튜디오긴 했는데

인스타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아이 없이 어느 부부만 나온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이런 컨셉이 가능하다면... 

어쩌면!!!

...하고 지푸라기 붙잡는 심정으로 새벽에(...) 가희헌 대표님께 문의를 넣었다.

 

"저 부부끼리만 만삭 촬영 가능할까요? 한복은 보유하고 있는데요~"

"가능하세요."

 

됐다!!! 됐어!!!

 

견적하고 상세 내용 상담 받고서

아침에 반려인이 눈을 뜨자마자 이런 데가 있더라고 공유했고

반려인도 더 나이 들기 전에 예쁜 사진을 남겨놓자며 적극 찬성해준 덕분에

예약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6.

그리하여 4월 4일, 대망의 촬영일.

회사에는 진작부터 연차를 내놓았다.

 

10시부터 촬영 시작이라 8시까지 도착해야

메이크업과 한복 피팅을 하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기 땜에

부지런히 이른 6시부터 일어나 씻고 닦고서

언제 봐도 고운 우리 한복을 차에 싣고 은평한옥마을로 출발!

 

...나름으론 일찍 출발한다고 했는데,

아침 출근 러시아워랑 겹쳐서인지 막히기 시작해서

10시 정각보다는 살짝 늦게 도착했다.

 

사전에 연락을 드렸더니 스탭분들이 황송하게도 모두 나오셔서 맞이해주셨고

한복을 미리 다려주시겠다며 가지고 가셨다.

벌써 이 대목부터 넘나 친절하고 센스 넘치는 ㅠㅠ

 

메이크업실로 들어갔더니,

내공과 포스가 상당해 보이는 실장님이 계셨다.

 

출처: 가희헌 인스타그램

 

잠깐의 상담 시간 동안

우리 본식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이런 느낌은 피하고 싶고

미리 다운받아간 한복 모델 사진을 보여드리며 요런 느낌이 좋아요~ 했더니

아 이 느낌 ㅇㅋ 하고 바로 캐치하시고는

순식간에(?) 메이크업과 헤어를 진행해 주셨다.

 

스틱형 왁스랑 실핀으로 엄청 꼼꼼하게 헤어스타일을 잡아주셨는데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머릿 속엔 오로지

'본식 때도 이랬어야 했는데!!!!!!!'

이 생각 뿐이었다ㅠㅠㅠㅠ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가희헌 메이크업 실장님을 납치해서...

 

반려인도 결과물을 보더니,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가 원하던 그것이었어... 흙흙

 

 


7.

메이크업을 마치고 넓은 피팅룸으로 이동.

피팅룸에선 또 스탭분들께서 어찌나 세심하게 한복을 입혀주시는지 ㅠㅠ

공주님 대접이 이런 건가 싶을 정도였다.

 

우리 한복을 보며 이거 엄청 고급 한복 아니냐며 칭찬을 하도 많이 해주셔서,

나중에 한복 디자이너 선생님께 오랜만에 연락도 드렸다.

선생님 왈, 한복 아는 사람들은 알아볼 수 밖에 없을 거라고... (뿌듯)

 

출처: 가희헌 인스타그램

 

사실은 가희헌에도 진짜 예쁜 대여용 한복이 많다.

갠적으론 인사동 한복 대여점에서 보이는 저렴이 한복하곤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라고 생각함.

 

우리야 우리 한복이 있어서 챙겨갔지만,

현재(2024년 5월) 기준으로 촬영 상품에 기본으로 한복 대여가 포함되어 있으니

한복 없는 분들도 크게 고민하지 않으셔도 될듯.

 

 


8.

촬영하던 때가 한 28주쯤이라

본격적으로 거동이 막 힘들거나 하진 않은 시기긴 했다.

그런데도 정말 모든 스탭분들이 한결같이 

이동하면서, 촬영하면서, 혹시라도 넘어지거나 다치거나 할까봐

매 순간 어찌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살펴 주시는지 ㅠㅠ

 

이런 세심한 분들이니 낯선 환경에서 예민해진 아기들도,

또 아기랑 같이 오느라 신경이 잔뜩 곤두선 엄마아빠들도 얼마나 잘 케어해주실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자

작가님도 아주 차분한 어조로 딱 필요한 말씀만 하시면서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포즈 지시를 해주셨고

촬영 내내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저 편안하고 즐겁게 촬영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마침 날도 따뜻하고 포근하니 햇살도 좋고

가희헌의 한옥 건물이나 가구 소품들 하나하나

엄청나게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웨딩 스냅이랑 본식 때보다도 결과물이 더 궁금해졌다.

 

 

 


9.

촬영을 마치고 모처럼 예쁘게 입은 한복과

모처럼 예쁘게 세팅한 헤어메이크업이 너무 아까워서,

차를 세워놓고 그 길로 진관사 한 바퀴 돌며 예정에 없던 데이트까지 하고 귀가.

 

그리고... 대망의 사진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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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로 되어 있으니 옆으로 넘겨보시길)

 

색감이 진짜 미쳤다.

물론 당일 정말 햇살이 좋다 싶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ㅠㅠ

 

친정 엄마가 사진 보시더니

"만삭 사진이라고 찍으러 갔으면서 왜 배가 안 나왔니?" 라고 하셨지만

D라인 강조하고 싶었으면 

그냥 첨부터 만삭 사진 전문 스튜디오에서 딱 붙는 드레스 입고 찍었겠지!

 

애초부터 우리의 목적은 '만삭 사진'이 아니라,

'한옥에서 한복 사진 찍기'였기 때문에...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요번엔 둘이 갔지만

소환수가 태어나서 말귀를 좀 알아먹을 때가 오거든

셋이 같이 나들이 겸 가족사진 찍을 겸 다시 방문할 생각이다.

 

 

이상 내돈내산

한복 입고 한옥 스튜디오에서 만삭 사진 촬영 후기 끗!

 


여담.

사실은 우리가 문의드리기 전까지

공식 홈페이지에는 만삭 사진이나 커플 사진 상품이 없었는데...

지금은 정식으로 생겼다!

 

http://www.gaheeheon.com/bbs/zboard.php?id=product

 

가희헌 한옥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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