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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레이시티 리뷰

2007년에 나를 수렁에서 끌어올렸다가 다시 수렁으로 내던진 게임.
......이렇게 말하니 복잡하군.

2007년 초,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 캐쩔어 있던 내가 유일하게 몰두하며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수 있게 해준 게임.

그랬다가, 결국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도 그 마약같은 중독성에 결국 사람을 재수강의 구렁텅이에 떨군 게임.

서울시내를 시속 276km로 달리는 짜릿함을 그대는 아는가?

아아 레이시티 레이시티 ㅠㅠ
......
이제 이 게임 안지도 1년이 되어가는데 ㅠㅠ 이제서야 포스팅을 하다니 ㅠㅠ



서울시내를 쾌속질주하며 택시/택배/도망/추격/레이싱/미행 등의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번 돈으로 더 좋은 엔진이나 타이어 등의 부품을 사서 자신의 차를 업그레이드하고,
경험치가 올라갈수록 차의 성능 역시 좋아져서 나중엔 꿈의 속도 시속 300km를 바라보게 된다.

이 게임 덕분에 서울시내 지리를 정말 많이 익혔는데,
작년 언제쯤인가, 시청 근처에서 헤맨적이 있는데 그 때도 이 게임의 감을 떠올리며 길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한국지리에 약한 나로서는 여러가지로 이득(?)을 봤던 게임이랄까.
하지만 아직 게임이 오픈한지 그렇-게 많이 지난 것도 아니라 서울 시내가 다 구현된 것도 아니라서,

스크린샷을 뭘 찍을까 생각하다가, 저번에 단비님과의 데이트[!] 장소를 찍기로 했다.

종각역 사거리.


저번에 단비님과 함께 식사를 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의 프레스코.



그리고 그 건너편 영풍문고 회전문.




이 게임의 최고 재미는 역시, '리얼리티'랄까.

솔직히 나는 보통 게임 할 적에 만렙찍는 것에도 별 관심 없고, 끝없이 뺑뺑이 돌면서 노가다 뛰는 것도 금방 질려버리는 바람에 게임을 통 오래 잡질 못한다.

그런데 뭐랄까,

맨날 막히고 답답한 서울시내를 확 달려버릴 수 있다는 것.
항상 동경하던 멋진 SUV를 몬다는 것.
상점 간판까지 구현된 이 실제같은 거리를 내 차[!!!!]로 마음껏 다닐 수 있다는 것.
현재 내 차의 최고속도인 시속 276km의 스릴감.
도로가 막히면 걍 뛰어넘어 버리면 된다는 것.

단지 이런저런 흥미요소만으로 이 게임을 한다. ...그야말로 목적성 결여다.  [;;;;]

게다가 다른 일반 MMORPG하고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라서 어떤 '참신함'까지 느껴지니 내겐 더할나위 없는 게임이다.


대신에 폐단(?)도 만만찮다. 일단 난 게임중독은 아니니까, 금단증상은 없다.
그렇지만 이 게임에 익숙해지면, 게임중독보다도 더 위험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요즘 버스를 타면 제일 앞자리(그러니까 운전석 바로 뒷줄)에 앉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 위치에 앉으면 버스의 시야가 한눈에 들어와서 꼭 레이시티 화면을 접한다는 느낌이 든단 말이다.

그렇게 가다가, 이 버스가 신호를 받고 다른 차들과 함께 줄지어 정지하면, '아니 왜 정지한대? 뛰어넘으면 되잖아"라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뭔가 눌러서 차를 점프시켜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들어오는 것이다.

또, 이건 여름에 장내기능실습하면서 느낀 증상인데, 게임상에서는 차가 시속 300km로 달리다가 건물에 들이받아도, 건물은 물론이거니와 차도 아무 이상없이 멀쩡하기 때문에 ;;; 운전하다가 어디 들이받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쉽다는 것, 게다가 역주행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

아무튼 실제 운전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도로교통법과 역행하는 문제증상들이 나타나곤 해서 -_-;;
이런 점에서 조금은 위험한 게임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뭐, [전체 이용가]인만큼, 알아서 잘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면 되는 거겠지.( '')

많이 한가한 날엔 어김없이 생각나서 달리게 되면서도, 한 2시간쯤 달리고 나면 알아서 끄게 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내겐 꽤 오래갈 게임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