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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을 거닐다

한국 'SNS'의 원류를 찾아서? : www 이후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史


웹 이후의 인터넷 커뮤니티사는, 특정 형태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여기에서 주류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후, 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여 떠난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1. '동호회'에서 '카페'로 

초기 PC통신을 통해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소통의 장으로서 동호회가 형성되었다.

 

World Wide Web(www)의 등장으로 PC통신 시대가 막을 내리자 이들 커뮤니티는, 웹 상에서 동호회보다 더 나은 기능(비주얼적/인터페이스적)을 제공하는 Daum 카페로 옮겨갔다. 다모임, 프리챌 등에 생성된 커뮤니티도 Daum으로 흡수됨에 따라 카페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각 카페는 그 규모가 커질수록 집단적 질서 유지를 위해 나름의 규칙, 규율, 예절, 때로는 의무나 책임을 회원들에게 강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출하기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어느 샌가 일종의 위계질서마저 생성되어 갈수록 신입 회원이 참여하기 어려운 공간이 되어갔다. 이런 분위기에 갑갑함을 느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2. '카페'에서 '미니홈피'로

그리하여 한국에서 주목을 받은 것이 개인 중심커뮤니티인 싸이월드였다. 싸이월드는 당초 Daum 카페의 미니 버전의 서비스에 주력할 계획이었으나, 그 부가적 서비스였던 미니홈피가 당 시대의 카페 회원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던 것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이용자들은 내가 중심이 되는 공간인 미니홈피에 자신의 신변잡기, 사생활까지 다양하게 올리면서 그동안 자신을 드러낼 수 없어서 느꼈던 갈증을 해소했다. , 카페에서 좀처럼 얻기 힘들었던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쉽게 획득할 수 있었다. 당대 불어닥친 얼짱 열풍 덕에, 잘 고친 사진 한 두 장 올리면 관심은 자동으로 쏠렸다. 미니홈피를 쓰는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도, 카페에서도 얻지 못하는 수준의 개인에게로 응축된관심과 반응을 얻으며 흡족함을 느꼈다.

 

그러나 싸이월드에도 한계는 있었다. 좁은 화면 공간, 아기자기한 디자인, 검색을 해도 미니홈피 내부의 정보가 걸리지 않는 폐쇄형 구조는 사적인 것들을 올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으나, '일촌'이라는 폐쇄형 인맥을 넘어 싸이월드를 쓰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공유하고 싶은 자료를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 미니홈피의 핵심인 일촌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나와 실제 친구를 온라인으로 이어주는 끈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그 일촌맺기가 남용되면서 일촌이면서도 전혀 서로를 찾지 않는 관계가 크게 늘어났고, 이에 따라 일촌의 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었고 유저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허무감을 느꼈다.

 

3.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그 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블로그. 블로그는 별 제한 없이 자신이 원하는 글을 원하는 만큼 쓸 수 있었고, 공유 설정에 따라 자신의 글이 검색에 걸리게 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블로그에 꾸준히 자기 관심 분야로 글을 올리다 보면 일촌이라는 관계를 특별히 맺지 않아도 자신의 글을 지지하는 팬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동안 카페와 미니홈피에 적응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소통 루트가 없었다. 이리하여 설치형 블로그 태터툴즈 또는 주요 포탈의 블로그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았다.

 

초기 블로그는 텍스트 위주의 밋밋한 기능을 제공했지만, 웹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진과 소리를 넘어 영상 및 지도까지 첨부할 수 있게 되자 미니홈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편리성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니홈피 분위기에 적응할 수 없었던 30~40대 세대가 우선적으로 블로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네이버 블로그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일촌과 비슷하게, '이웃이라는 개념으로 글 공개 레벨 설정 기능을 도입하면서, 미니홈피가 가진 인맥 중심의 좁은 구조와 실명제아래에서 갑갑함을 느꼈던 10~20대의 젊은 세대들도 블로그 시스템으로 대거 유입될 수 있었다.

 

블로그가 정보 생산의 주축이 되자 특정 분야의 전문가 블로거를 뜻하는 파워 블로거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또 블로그의 콘텐츠와 광고를 연결하여 이 클릭 수로 수익을 얻는 애드센스  서비스나, 블로그의 스크랩 및 트랙백 기능을 이용하여 브랜드를 쉽게 전파하는 바이럴 마케팅등의 수익성과 관계된 용어도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블로그 또한 금방 문제를 드러냈다. 수천수만가지 블로그의 글들을 신문처럼 모아 제공하는 메타 블로그가 나타나면서 우후죽순처럼 난무하는 블로그들을 주제별로 묶어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이미 하나의 확고한 층을 형성한 파워 블로거의 정보나 발언력이 절대적인 것이 되면서 사람들이 파워 블로거의 블로그만을 RSS피드나 즐겨찾기에 추가해놓고 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전체 구독자는 하나의 파이’가 되고, 이 '파이'를를 파워 블로거들이 독점하는 형태, 말하자면 블로그의 레드 오션 시대가 된 것이다.

더더구나 파워 블로거(라고 하드코어 블로거라고 읽는다)들이 A4 2~3장 분량으로 쏟아내는 포스팅들이 관심의 주축이 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웬만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서는 소위 말하는 관심 받는 블로거가 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입된 신규 블로거들은, 이런 주류 중심 분위기 속에서는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지 않는 한, 기대한 것을 얻지 못할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시대의 정보 생산자라거나 수익성이 있다거나 하며 요란하지만, 블로그에 엄청난 애정과 열정을 쏟을 자신이 없는 신규 유저로서는 사실상 작은 관심을 얻는 것조차도 요원한 일임을 알게 된 것이다.

 

4. '블로그'에서 '마이크로블로그'로

같은 시기, 외국에서 시작된 트위터라는 마이크로블로그(단문 블로그) 서비스가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 IT계열의 파워 블로거들이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는 했지만, 트위터라는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을 가장 크게 자극한 것은 '김연아 선수의 트위터 사용 기사'였다. 이후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부터 실 사용자가 크게 늘어났고, 카페, 미니홈피, 블로그의 대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넘어 카페, 미니홈피, 블로그의 주류 유저들에게까지 어필하기 시작했다. 이런 트위터에 대한 국내의 큰 관심을 계기로,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의 여타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     를 중심으로 의 관심사를 쉽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2.     귀찮은 허가절차 없이도 자유롭게 원하는 사람의 글을 골라 볼 수 있다는 점

3.     140자 분량의 짧은 글 짓기로도 어엿한 블로깅이 된다는 점

4.     링크 기능을 통해 자신의 공간을 한 분야의 전문 포탈로 만들 수 있다는 점

5.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

6.     한번 맺은 인맥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7.     일부 관심사에 대해서는 가장 빠른 정보 유통 매체가 된다는 점


이상의 것보다 더 많은 이유들이 사람들을 트위터 및 유사 서비스로 불러 모으는 요소가 되었다.




5. 'SNS'라는 용어의 대중화
이 때에 이르러 비로소 SNS(Social Network Service)라는 용어가 두루 쓰이게 된다.

사회적 관계 형성을 돕는 도구라는 뜻의 SNS라는 용어는, 그 원류를 따지자면, 앞서 서술했던 PC통신 시절 동호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것이 국내에서는 카페’, ‘블로그’, ‘미니홈피라는 여러 주류 웹서비스의 이름으로 대리 지칭되어 오다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이
“‘개인 중심으로 관심사를 통해 정보나 감상을 공유하며 느슨한 수준의 인맥을 넓히는 서비스
를 일괄적으로 묶어 지칭하는 용어로서 쓰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