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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거닐다/찾아가기

연극 몽타주 후기


 

 



미스테리 추리 스릴러 장르 표방.
말만 추리가 아니라 진짜 추리 스릴러물 맞음 ㅋ

배우들 연기 나무랄데 없음. 길고 어려운 대사도 상당히 잘 소화한 편.
다른 배우 대사칠 때의 움직임도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건 베테랑이구나 싶었음.

소품, 연출 모두 신경 쓴 흔적이 역력.
제일 괜찮았던 건 음향과 조명 연출 부분.
흐트러지기 쉬운 관객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일등 공신 ㅋ
그리고 레알 사람 잘 놀래킴 ㅠㅠ

나름의 반전도 있고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장르물.

 

 


...이라고 좋은 평만 쓰고 싶지만...
대본 쪽에 옥의 티가 수두룩한 편.

약간 진지한 대목의 긴 대사는 무슨 소설책 대사 같음 ㅠㅠ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 하려고 해도 저런 대사는 무리야 ㅠㅠ
비문학 계열 책의 문단을 그대로 베껴 가져온 느낌의 대사들은 꼭 수정해야 할듯.

 

쓸데없이 템포만 느려지게 하는

웃기지 않은 조형사식 개그도 차암 미묘...

 

 


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 4명의 개성은 뚜렷함에도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 것이 큰 단점.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는,
연기는 열심히 하셨고 연기 디테일도 정말 좋았는데,
이건 완전 시나리오 단계부터의 설정 에러.

인물이, 살인마가 되기에 불충분한 자질(?)을 가졌음.
아동학대가 비정상적 인격의 씨앗이 되긴 하지만
완전범죄형 범죄자가 되는 동기로서는 약한 편.
같이 본 세명 모두,

고작 저정도 배경 가지고 세상에 원한을 진 살인마가 될수 있나...하고 갸웃함.

그렇다면 너무 유리멘탈이잖아;

심지어 가끔 감정으로 폭주한다는 지점에서 이미
얘는 싸이코패스와 노선이 다릅니다.

싸이코패스는 남의 기분에 공감하지 못하는 비감정형이니까,


게다가, 10년을 잡히지 않은 완전범죄자 치고는
너무 감정적이고, 행동에 허점이 너무 많음.
손가락 뚫린 장갑부터 너무 에러...

그냥 캐릭터 자체가 설정오류.

추리물이랍시고 중간에 엄한 사건 끼워넣어서
오빠의 비상한 두뇌 회전을 어필하는 부분도 좀 억지.
그 사건의 핵심은 드라이아이스 트릭으로 흉기를 속인건데
이 연쇄살인마는 일관적으로 망치를 들고 살인을 벌였다(고 일관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정황상 관객입장에선 범인을 동일인물으로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뒤의 사건을 모두 동일인 범죄로 설정했다는 것도 개에러,

주인공 여자 설정도 좀 많이 억지.
아버지를 죽인 살인마를 잡는 일과
몽타주를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은
실로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보임에도 매우 집착하고 있음.
남의 몽타주를 그리고 있는다고 범인 얼굴이 기억나는 것도 아닐텐데요?

이 일로 피해자들을 내가 도와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데
......왠지 이 여자가 말하면 계속 설득력이 떨어져.

심지어 그 직업은 현재 그리고 있는 사람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방의 벽에는 온통 세기의 살인마들에 대한 정보가 붙어있는 건
어떤 의미로 여자의 정신 상태가 의심되는 상황.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세상과 담 쌓고 사는 이 여자를
좋다고 죽자사자 쫓아다니는 조형사도, 꽤나 문제인물.
드라이아이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몰상식과 비논리성으로
강력반 형사노릇하며 먹고 살고 있는 게 ㅋㅋㅋ 너무 에러.
저런 사람은 교통정리에나 어울리려나.
20년 전에나 먹혔을 법한 너무 무식한 형사 클리셰라,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이 내용과는 너무 따로 놈.

백번 양보해서, 그나마 오빠 캐릭터가 정황상 말이 된다 싶음...
유일하게.




뭐 결론 정리하면
배우들 연기랑 연출은 섬세하고 좋았지만
시나리오가 생명인 추리물 치곤
완전 구멍투성이...

 

이게 추리물만 아니었어도 점수 좀 안 깎아먹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좋은 연출로 인해 스릴감은 확실하다는 점에서,
기승전결의 결, 즉 마무리 감각이 좋다는 점에서
추천은 가능할듯.
요근래 볼만한 연극도 좀처럼 없으니
이 정도 완성도만 해도 납득...




요근래 연극들 계속 보면서 느끼는 건데
다들 너무 교훈적이려고 무리하다가
짜임새라던가 작품성이라는 걸
완전히 놓쳐버리는 듯.
교훈을 꼭 넣어야 팔린다고 생각하나?

극단들이여, 어깨에 힘을 빼세요.
현대인들은 이미 너무 많은 교훈들을 접하고 삽니다.
교훈 전달하려 애쓰지 말고
그냥 만들고 싶은 스토리를 만드세요.



그리고 이건 곁다리인데
소극장들 좌석 품질은 좀 어케 했음 좋겠다.
관객들 의자 삐걱이는 소리에 몰입이 다 깨질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