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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거닐다/키워보기

건강검진

건강검진을 하러 아침 일찍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검진센터로 출발했다. 출근길 만원 대중교통 속에 끼어가고 있자니 나 역시 출근하는 기분이 든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0월에 이미 이 짓을 하고 있었을 텐데… 6개월이라도 육아휴직을 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출산 전 모유 관련 강의에서 복직하고 모유 수유를 어떻게 하면 되냐는 질문에 출근 전 젖을 물리고, 회사에서 유축하고, 돌아와서 바로 젖을 물리라고 말씀해주셨던 게 생각났다. 마치 복직 시뮬레이션 같은 하루다.

1년만에 같은 검진센터에서 검사를 받으니, 작년 결과와 실시간으로 바로 비교가 되는 게 좋다. 체중은 10kg이 빠졌고, 시력은 훨씬 더 나빠졌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대로인 모양. 골밀도나 다른 건 결과가 나와보면 알 테고… 다음 번 검진 때는 이번에 못한 유방 촬영이랑 하복부 초음파를 끼워야겠다.

집에 돌아오니 부선이 아기띠에 아이를 메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없는 동안 유축모유를 해동해서 먹이는데 왜인지 사방에 샜고, 그러니 아이는 밥이 모자라다고 울고, 그 와중에 게우고, 울음은 그칠 줄을 모르고… 어쩔 수 없이 아기띠를 메고 아빠 혼자 정신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후딱 손을 씻고 상의를 벗어던지다시피 해서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맛나게 쪽쪽 빨아먹다가 잠이 들려는 걸 요리조리 깨워가면서 먹이고 잠시 앉혀놨다 재우니 꼴까닥 잠들어버린다.

이유식이 본 궤도에 접어들기 전까지만이라도 주간 바깥 활동은 자제하고 최대한 아이에게 직수하는데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6개월부터 이유식을 권장하는 이유도 사실은 엄마의 젖양 유지를 위해서라고 하니까.


매일 그냥 정신없이 흘러가기만 하던 나날이었는데, 이 블로그 챌린지 때문에 하루에 한번씩 짧게라도 일상을 기록하게 됐다. 어제 자기 전, 요즘 쓴 글들을 한번 쭉 읽어봤는데, 짧더라도 남겨놓으니 돌이켜 읽어보기 참 좋다.

귀여운 아이와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일상이 문득 까마득히 그리워질 때 다시 들쳐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