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온오프믹스를 통해서 제1회 블로그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참가신청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참가인원 300명 안에 들 수 있었습니다만 :)
사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스스로를 제대로 된 '블로거'라고 칭하기에는 어려운 입장입니다.
저는 본적(?)으로 따지자면 다음 플래닛 헤비유저였으니까요.
일단 스스로가 인정하고 시대가 인정하는 블로그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런 포스팅을 한적도 없습니다. 그간 블로그문화에 끼어 어울리지도 않았고, 댓글이라거나 트랙백에는 거의 무관심했습니다. 이 블로그도 그나마, 이젠 좀 시대에 발맞춰 블로그다운 블로그를 만들어 봐야겠다 싶어서 열게 된겁니다.(행사 때 대부분 블로그명함 주고받으시는데 그렇게 내세울만한 블로그도 없어서 참 민망하고 난감하더군요 ;;)
그럼에도 제가 감히 참가신청을 했던 것은, 제게 있어서 블로그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어떻게 이 블로그를 활용해야 할지 아직도 헤매는 상태라, 이 시대의 블로그로 자신을 표현하시는 많은 분들과 만나서, 무엇을 위해 블로그를 쓰시는지, 그 분들의 인생에서 블로그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싶었던 이유입니다.
그래서 나름 자신을 위해 유용하게 블로그를 쓰고 있는 블로거 친구와 함께 참가하게 되었죠.
이래저래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후기를 쓰도록 할까요.
어쩌면 이 글은, '블로그문화의 외부인이 보는 블로그축제'라고도 칭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이번 블로그축제의 아름다운 기원(?)에 대한 꼬날님의 글 하나를 소개합니다.
제 1회 블로그 축제 - 블로거가 만드는 블로거들의 축제
또한 미리 강조의 의미로 적어둡니다만 제1회 블로그축제는, 취지 자체는 매우 좋은 행사였고, 제1회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딱 한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정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행사였습니다.
1. 블로그축제의 블로거들은 어떤 분들입니까?
정말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참가하신 분들의 평균연령입니다.
아니, 이제 대딩 3학년(22살)인 제가 거의 최저연령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아주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눈 편은 아니라서 소개를 못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만, 제 나잇대 분들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30대, 40대 분들이 주를 이루고 계셨달까요. 이건 달리 표현하자면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기관인 문화관광부에서까지 후원을 받을 정도의 소위 '인정받은 블로그축제'라면 대한민국 블로거들이 연령과 성별 관계없이 폭넓게 두루 참석한 행사라야 그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원장 박승규)에서 ‘2007 상반기 정보화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블로거 인터넷이용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6세 이상 인터넷이용자의 40.0%(만6세 이상 전국민의 30.2% 수준)가 블로거이며, 여성 인터넷이용자 중 블로거 비율(42.1%)이 남성(38.2%)의 경우 보다 3.9%p 높고, 연령별로는 20대(68.2%)와 10대(59.5%)의 블로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직업별로 살펴보면, 학생의 인터넷이용자 중 블로거 비율이 52.7%(대학생 77.5%, 고등학생 62.0% 등)로 가장 높았고, 학생을 제외한 일반인의 경우에는 대졸이상 44.4%, 고졸 20.9% 등의 순이었다.
장소가 '클럽'에다가 시간대가 '저녁'이었으니 10대 분들은 참석하기 어려웠다고 치죠. 하지만 20대분들까지 적다는 점은 이걸로도 설명이 안 됩니다.
(오해하실까봐 적는데, 제 또래인 20대가 많이 없어서 '말상대가 없었다'라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닙니다 ^^)
제가 보기에 현재 블로거문화의 축을 이루시는 분들은 적어도 20대 ~ 30대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 축에서 벗어난 블로그축제가 과연, 진정한 우리나라의 블로그와 블로거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자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특정 동네 블로그(예:티스토리, 다음 블로그 등)로 참가요건을 한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토록 평균연령이 높아질수가 있을까요.
이 정도까진 못 바래도 ... |
이 정도 쯤은 되리라 예상했습니다만... |
실제로는 이런 그래프였던거죠.
2. 블로그축제의 블로거들은 왜 블로그를 하십니까?
오늘 블로그축제에 참석하신 약 300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왜 참석하셨나요?"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상업적 수단'이 아니며 '홍보 사이트'도 아닙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각 개인이 자유롭게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이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그런 공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블로그축제에서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를 잔뜩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아니 왜 이렇게 비지니스 하시는 분들이 많나요?
블로그축제는 사업홍보의 장입니까? 자기PR의 장입니까?
아 인맥 중요하죠. 지금 시대에 재산되는 건 인맥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블로거들의 만남이란, 그리고 그렇게 형성되는 인맥이란 어떤 인간적인 '정'의 전제하에 이루어져야 하는거 아닐까요?
자기소개도 자기소개입니다만, '커리어'나 '사업'으로 어필하시는 분들이 참 많더군요.
명함 한장 주시며 '이런 일 하는 사람입니다'하고선 딱 3~4분(分)쯤의 대화도 없이 다른 블로거분(내지는 미래의 고객?) 찾아가기 바쁘신 분들, '블로그'의 명함도 아닌, 심지어는 블로그도 적혀있지 않은 '사업용' 명함을 '뿌리시는 분들'... 조금 극단적인 표현을 쓰자면, 이런 분들은 '스팸 블로거'나 다름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을 걸러내지 못한 것은 '제1회'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일까요.
여러분, '한 인간'으로서 블로그를 하십니까, 아니면 '한 회사의 회사원'으로서 블로그를 하십니까?
이 시대의 블로그, 1인 미디어 아닌가요?
3. 블로그축제라기보다는 블로그 엑스포입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 즐거우셨나요? 축제를 즐기셨나요?
저는 예전에 아르바이트 관계로 갔던 킨텍스의 모 박람회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몇평 남짓한 부스가 없었고 어깨띠 두르고 예쁜 정장 입은 행사도우미가 없었을 뿐이지, 회사나 사업 홍보하러 몸소 출장 나오신 분들 자체가 하나의 부스였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의 정'을 위한 만남의 장이 아닌, PR과 인맥 계약으로 바쁜, 사업의 장이었습니다.
저는 한 개인으로서, 학생으로서 이 시대의 블로그 문화와 그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고,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이 시대의 블로그 문화란 이런게 아니지 않나요?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른들의 눈치작전과는 좀 멀지 않나요?
개인 블로그 운영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신변잡기를 다루시는 분들이, 당당하게 사업용 명함 내미시는 분들에게 기가 죽어서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블로그축제란 어불성설입니다.
시대의 블로그문화에 대한 관심과 고찰이 없고, 스쳐만난 상대의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없는 '블로거 만남'은 진정한 만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 맺으며
'블로그축제'는 성립 가능한 단어일까요?
메일 계정 하나 만들듯이 누구나 블로그만 있으면 블로거가 될 수 있는 세상에, '블로거' 계층 300명이 참가하는 행사라는 게 조금 우습긴 합니다.
역시 좀 극단적인 표현을 쓰자면 '아파트축제'해서 전국의 아파트에 사는 300명이 참가한 행사라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블로그축제라면 블로그문화에 대해서 블로거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해서 다룰 수 있는 자리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로 다를 수 있는 블로그 운영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뭐랄까, 좀 더 사람냄새 나는 행사가 되었으면 좋았겠습니다.
이 행사 본래 취지가 좋았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취지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너무 기준이 없었죠.
20~30명 참가하는 소규모 카페 정모도 나름의 주제와 개요를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300명씩이나 참가하는 행사에ㅡ 문화관광부에서 후원까지 오는 행사에 너무 기준이 없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블로그 사용 인구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언젠가는 '블로그 축제'라는 말 자체가 어색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전에 '제2회 블로그축제'가 열릴날이 온다면, 그때는 좀더 폭넓은 블로거들을 수용할 수 있는, 블로그의 본질적이자 인간적인 면에 다가갈 수 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두서없이 부족한 글을 맺습니다. :)
p.s 1 : 낭만해적단이라는 그룹의 공연이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봤습니다만 ... 주위를 둘러보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애써, 당신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을 참고(?) 듣고 계시는 모습을 보며 왜인지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 ( '')
p.s 2 : 큰 행사 만드시느라 수고해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p.s 3 :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정중한 반박 의견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p.s 4 : 위에는 쓴소리만 잔뜩 적었습니다만 ;; 좋은 분들도 참 많았습니다 :) 오늘 만든 좋은 인연 오래 간직할 수 있길 바랍니다 -
+) 돌아다니다보니, 그간 이 '블로그축제'에 대해 세간에서 말들이 많았군요. ( '')
......그것도 모르고 이런 글 '배설'해 버린게 부끄럽긴 합니다 ...
++) 자꾸 오해가 발생해서 덧붙입니다만, 열성적으로 활동하시는 30~40대 블로거분들에게 문제제기를 하는게 아닙니다.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고 저를 비판하실 분은, 다시 한번 글을 읽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