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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거닐다/찾아가기

연극 못생긴 남자 후기

 

 

 

독일 원작을 번안한 연극이라고 약간 예술성이 있으니

거리에 흔한 대중 연극보다는 재미없을지도 모른다며 각오를 하고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재미있었다.

빵 터질 정도까진 아니어도, 블랙코미디류의 연극이 그렇듯이

시종일관 쓴웃음을 짓게 하는 연극이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류의 ㅋ

안그래도 그동안 너무 대중적인 코드의 연극을 많이 봐서 한번쯤 이런 것도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미리 사전조사 중에 여러 연극상을 탔다는 얘길 들었는데

과연 납득이 가는 각본과 연출이었다.

 

무대 뒤 '퇴장'이라는 개념이 없이 한 자리, 바로 그 자리에서 조명의 변화만으로

상황과 1인 다역의 인물 전환을 즉시즉시 이루어내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70분의 연극이지만 배경전환한답시고 조명을 끄는 법이 없으니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일단 메인 테마는 '성형' 이야기다.

못생긴 남자가 성형을 통해 완벽한 조각외모를 가지고,

이를 두고 연극 안의 누구나가 찬사를 보내고 서로가 조각외모를 가지겠다고 다투지만

그런 인간군상이 얼마나 ㅄ같은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사람을 웃겨가며 풀어나가는 의미 있는 각본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갑자기 뭔가 존재론적으로 가면서 으응? 하고 갸웃갸웃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아마도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너무 쉬운 연극이고 싶진 않았나 보지 뭐ㅋ

 

다만 이거 18세 미만 관람불가였던가?

각본 안에 불륜, 섹드립, 게이드립 같은 성인코드가 얼마나 진한지 ㄷㄷㄷ

 

4명의 배우 중 유일하게 여자분인 한 분은

친구 말에 의하면 공중파 드라마에도 나왔던 분이라는데

어찌나 마르고 말랐는지 속옷 노출 장면에서 뱃가죽에 지방이 하나도 없어서

거의 할머니 ... 느낌이 날 정도로 안습한 수준이었다.

역시 무턱대고 마른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도 가끔씩 들어오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