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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거닐다/찾아가기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후기

 

윰윰초가 미니골드에서 응모한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얼떨결(?)에 같이 가게 된 뮤지컬.
9월 30일에 봤는데 이제야 포스팅한다.

고등학교 때 대형 공연장에서 봤던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를 기억하고 있던 나였기에 이것도 당연히 그 영화를 각색한 뮤지컬일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무려 순수창작 뮤지컬.

하기사 [Singin' in the rain]을 번역해서 [사랑은 비를 타고]가 된게 아니니까.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만 :)

오랜만에 찾은 연극공연장이었지만 정말이지 영화보다는 연극이 훨씬 낫다는 느낌은 변함이 없다.

제일 신기했던 건 엑스트라 한 명 없이 단 세 명만으로 1시간 반의 뮤지컬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는 것이었다.

형 동욱 역의 손광엽 씨는 ...
아 진짜 노래 쩐다 ㅠㅠ 무척이나 좋아하는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소품으로 쓰이는무선전화기 배터리가 빠져서 안들어가는 '사고'가 극 내내 계속되었는데도 어찌나 애드립으로 잘 넘겨내시는지 ㅠㅠ 정말 그런 돌발상황을 재치로 헤쳐나가는 모습이 멋졌다.

동생 동현 역의 최성원 씨,
감기 걸렸다는 인간이 그렇게 노래가 되냐 ㅠㅠ 하아 부럽다 부러워.
노래 공연 하는 인간으로서 정말 ㅠㅠ

게다가 "야이 쓉......사리 찾아지질 않네" ... 이건 진짜 명대사다 !!! 센스 작렬 !! ㅠㅠ 으하하하하하 ...

유미리 역의 임혜영 씨,
아니 그 전에 유미리라는 캐릭터는 왜; 저 두 형제와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하는 짓은 가족 이상의 참견(?) ;;;
암튼, ...다른 것보다 저 성냥개비 같은 다리로 어떻게 서 있을까 싶었다 ( '')

세 분 모두, 앉아서 노래하는데도 저 정도의 발성과 가창이 가능하다는 게 ...
노래 공연하는 사람으로서 참 신기했고 ㅠㅠ
1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안에 그 복잡미묘한 감정 속으로 몰입하고 연기해낸다는 게
연극 공연했던 사람으로서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스토리도 나름 감동이었고,
뭐랄까, 흔해 빠진 사랑 얘기라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난감한 풍자로 덮인 사회고발이 아니었기에, 정말 부담없이 보면서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병'에 대한 언급에서 급 한국 드라마의 정석을 밟고 있었 ...? ┒-


연출적인 면에서, 뮤지컬의 연기/노래/춤의 혼합율도 무척이나 좋았고 ...

특히 나중에 형제가 한바탕 쌈질하고서 침묵속에서 "재즈 피아노 연탄곡 연주"라는 방식으로 모든 갈등을 해소해 나간다는 설정은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뭔 인간들이 둘다 일케 피아노를 잘쳐 -_-(그것도 하나는 신경 끊어지고, 또 하나는 신경 마비병이라며 -_- 장난?)
그냥 고정되어 있을 줄 알았던 무대 양쪽 끝의 피아노가 연주하는 동안 움직여서 가까워진다는 것도 전혀 새로운 설정이었고 ...


아아- 암튼 정말 좋은 공연이었다.
돈을 내고 봐도 아깝지 않을 것을, 나는 무려 제일 비싼 자리에서 공짜로 봤으니 이 얼마나 럭키한가 ㅠㅠ

같은 좋은 음악이라도 라이브로 들을 때와 mp3로 들을 때가 다르다.
라이브로 듣는 음악은, 공연자와 내가 가까이서 호흡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그대로 살아있는(Live) 음악이 된다.

연극 역시, 내 앞에서 호흡하는 드라마를 볼 수 있기에 하루 10번 상영하는 영화보다 가치있는 거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