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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거닐다/찾아가기

로봇박물관을 방문하다



씨님과 대학로에서 정처없이(?) 헤매다가 어떻게 발견하게 된(...씨님이 언젠가 예전에 가려다 못간 곳이라고 말은 하던데 ...) 로봇 박물관.

여기서 말하는 로봇은 요즘의 화려한 현대과학이 응집된 세련되고 간지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로봇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한 모든 것들로부터, 아이들의 장난감이라는 형식으로 개발된 로봇들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텔레토비, 슈퍼맨, 태권V, 아씨모, 휴보 등은 있을지언정
로봇 청소기라거나 공장의 로봇팔이라거나, 그런건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인상 깊었던 걸 꼽자면

1. 40개국의 초기 장난감 로봇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생산된 로봇이라거나, 말레이시아, 구소련, 미국 등의 장난감 로봇의 초기작들이 모여 있었는데, 전세계적으로 40개국의 아이템이 모여 있는 것은 이 로봇 박물관 뿐이라고.

2. 실제 판매 당시에는 몇센트 정도밖에 안 하던 것이, 현재는 몇억원을 호가하게 된 초특급 레어 아이템 ( '')
원더우먼 초판본, 옛날에 제작된 프랑켄슈타인 한정판 피규어(?) 등, 세일러문 레어 아이템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박물관 관장님의 용자성에 그저 감탄.

3. 씨님의 무한히 넓은 로봇 애니 지식

거의 모든 로봇들에 대해서 친밀감을 표시하는 씨님. 단순히 친밀감만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씨님 말로는 실제 다 어렸을 때 나와서 본거라고는 하는데 ;;
내가 기억하는 건 그랑죠, 캡틴 플래닛, 다간, 쥬레인저, 볼트론 정도라고 orz(정말 내게는 이 박물관에 있던게 거의 다 생소한 로봇들이었다 ...)

4. 아담과 이브에 대한 이야기가 왜 로봇 박물관에?

그러니까, 이런거다. [신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로봇을 만든다]라는 모티브에서 저 두 인물도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건데, 인간이 신을 닮고자 하는 동경심에서 스스로를 닮은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고, 그것이 피노키오 같은 말과 행동을 하는 인형에 대한 상상을 비롯하여 지금의 전투로봇 등의 로봇물들로 발전했다는 얘기.

5. 슈퍼맨과 원더우먼도 로봇 박물관에 있다!?

사실 이들이 로봇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둘다 사람이긴 한데(뭐 정확히 꼬집어 말하자면 외계인인가) 이들이 하는 일은 실제로 사람이 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 로봇에게 기대할만한 일으로서 설정이 된 것이기 때문에 그 모티브를 생각하여 로봇 박물관에서 전시를 한다- 라는 것인데. 역시 이야기는 끼워 맞춰서 말만 되면 된다 - 라는 느낌?

6. 태권V와 마징가Z.

예전엔 그닥 관심이 없어서 신경을 안썼는데, 정말이지 디자인이 비슷하더라.
태권V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우리나라 애니 팬들에게 일본인들은, "어차피 저래봤자 태권V도 마징가Z 베낀건데"라는 비난을 던질 것이었다. 로봇 박물관에서는 이 점에 대해 "태권V는 태권도라는 소재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으로 이것은 창의적 응용이라 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 흠,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 '')

7. 프랑켄슈타인 한정판(?) 피규어

무지 옛날에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그 퀄리티가 참으로 훌륭했다. 일본에서 제작한 것으로 전세계에 7점 있었는데 다 어찌 사라지고 우리나라에만 딱 하나 남아있다던가. 가이드 누님의 설명에 의하면, 한 때 일본 사람이 와서는 그 피규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일본에서 이런 로봇 박물관을 세우려 하는데 그 로봇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인 이 피규어가 없어서, 어떻게 좀 팔지 않겠느냐고 했단다. 관장님은 당연히 거절했다고.

저 얘기를 듣고서 자랑스럽다기보다는 다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따지면 참 ... 전세계에 나가있는 우리나라 유산들 돌려받지 못하는 것도 다 이런 심리에서겠지. 있을 때 잘하라는게 괜히 있는 소리가 아니다.

지금 곁에 있는 작은 것의 가치. 시간이 흐르면 얼마나 소중한게 될지 모른다.

8. 로봇의 여체화.

힘세고, 강해야 하기에 주로 남성적 모습으로 많이 표현되던 로봇이, 어느 순간 여자로서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여성 로봇이라는 컨셉은 영화 [메트로폴리스]의 '마리아'(위 그림)를 시작으로 소라야마 하지메의 섹시 로봇(아래 그림)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그림 출처 및 관련기사)

그런데, 난 솔직히 말해서 저 섹시 로봇이란거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_-
물론 로봇이 사람 닮지 말란 법 없지만 저건 좀 심하잖아. -_- 일단 징그럽다 ( '')
전투로봇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나오는 로봇들 봐라 어디 불끈불끈 근육 같은거 붙어있나 -_-

컨셉의 발전은 좋지만, 뭐랄까 저건 예술으로서의 컨셉의 발전이 아니라 ... 그냥 적나라한 상술(?)이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일종의 페티쉬(?)에나 호소할만하달까. 뭐 그렇다고 따지자는 건 아니지만.

9. 사람들을 세뇌하는 방법.


(얘를 보면, 언젠가 왁스를 얘처럼 발라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 [우주소년 아톰]이라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아톰].
2차대전에서의 핵 피폭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일본을 일으킨 원동력적인 애니라고도 한다.
(여담이지만 저녀석은 슈퍼맨과 미키마우스의 컨셉을 합쳐 만들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

재미있는 것은 핵을 뜻하는 Atom이라는 영어 단어를 저 귀여운(어쨌든) 캐릭터의 이름으로 사용함으로서, '아톰'하면 핵을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본인들의 연상작용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젠 아톰의 뜻이 핵이라고 가르친다 해도 아톰하면 일단 저 캐릭터를 떠올릴테니, 그야말로 놀라운 애니의 세뇌력이랄까.
'명작'이라는 칭호는 그야말로 한 작품의 영향력, 파급력을 기준으로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래저래, 정말 우연히 들르게 된 곳이건만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다.

골든콘텐츠의 창조를 꿈꾸는 존경하는 문화콘텐츠학도 씨님과 함께 해서 더욱 그런걸지도. 씨님은 나하고 다니면 왠지 항상 손해본 기분이 아닐까 싶다=_=

하아 ... 간단히 감상만 쓰려고 했는데 뭔가 대책없이 길어져 버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