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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거닐다/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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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연극생활 최근 폭풍같이 몰아쳤던 연극 문화생활 간단 후기. - 햄릿 / 메가박스 여태 어린이용 소설이나 줄거리로만 알던 햄릿을 원전으로, 비교적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리타분한 냄새 나는 고전을 올리면서 대사는 그대로 갖고 가되 어떻게 현대화할 것인가? 에 대한 연출가의 치열한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교과서 같은 정석적인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혈연관계인 작중 인물 관계와 상관 없이 여러 유색 인종을 섞어서 배역한 것이 인상적. - 대학살의 신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프랑스 작품이 원작이라, 열심히 현지화를 한게 보였지만... 여전히 긴 등장인물 간의 호칭에서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는다. 여보, 당신 등의 단어를 쓰면 좀 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쉬울 것 같은..
2016 막심 므라비차 콘서트 후기: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협연 막심 므라비차. 모델 뺨치게 훈훈한 생김새와 무시무시한 속주, 화려한 퍼포먼스로 주목받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이 사람의 앨범을 좋아했다. 익숙한 클래식들이 오케스트라나 전자음악을 깔고 피아노 건반을 통해 버무려지는 그 감각을 너무도 좋아했다. 그가 내한 공연을 할 때마다 쫓아다녔다. 일본 유학하던 시절을 빼면 첫 내한 무대부터 거의 매 공연마다 발도장을 찍었다. 어느 해의 공연은 끝나고 관계자가 로비에서 포스터를 나눠주기도 했는데 그 포스터 한 장을 갖겠다고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몸싸움 아닌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도 당연히 공연 정보를 접하자마자 바로 조기 예매를 질렀다. 원래는 5월 12일의 서울 공연을 보려 했으나, 당일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부득이 5월 8일의 고양 아람누리 공연을 예매했..
연극 연애의 목적 후기 감상을 좀 날카롭게 요약하자면, 돈 주고 봤지만 돈이 아깝다. 싸구려 로맨스 코미디. 장르는 대충 돈 벌리는 로맨스 코미디로 설정해 놓고 그냥저냥 돈 되어라 돈 되어라~ 하고 쓴 성의없는 극본이 매우 크리티컬. 억지 설정에 억지 감동에 억지 재미에 휴. 뭐 열심히 온 몸을 던져 연기하는 배우들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들은 구린 극본을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커플들한테 강추한다는데 뭐 음 ... 10대~20대 초 쯤의 여전히 나이 덜 먹어서 별 것도 아닌 이유로 아웅다웅하는 커플들한테나 원래 연극 별 생각없이 보는 사람들이나 연극 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한테는 좋을...지도? 지금 한창 달달한 연애 라이프를 보내고 있는 좋은 극본 엄청 따지는 연극 이것저것 많이 본 내 입장에서는 이거 뭐 재미도 ..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 후기 별점부터 매기고 시작하자면 ★★★★★ 약간 블랙 코미디 계열. 작품성 충만. 부모님 세대와 함께 보면 좋을 공연. 특히 어머니와. 주제의식을 명확히 잡고 단편 4개를 짜임새있게 엮은 극본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던 작품.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근대 러시아에서 권위의식에 찌든 남편에게 핍박받던 소극적인 '아내'들이 각자 짐짝(파우치)을 싸들고 기차역으로 나오게 된 이유를 추적하는 내용. 때론 잔잔하고 때론 격정적이며 때론 순정이자, 때론 치정인 지극히 현실 드라마. 이 연극의 작품성은 원작 소설이 기여하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원작을 안 읽은 내 입장에서 봐도, 그냥 공연 자체가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었다. 공연이 끝날 즈음엔 부제인 '파우치 속의 욕망'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
연극 그녀를 믿지 마세요 후기 동명의 영화도 있던데 찾아보니까 완전 별개의 작품인듯. (오히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랑 꽤 비슷한 느낌) 생각해보니 내가 여태 본 로코 연극도 꽤 되는데 지금껏 봤던 로코 연극 중에 제일 빵터졌음. 이렇게 터지기도 쉽지 않은데 아 진짜 ... ㅋㅋㅋㅋ 심지어 이건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도 아니고 창작이잖아? 각본과 연출력 대단하다 레알. 협찬을 많이 받은 편이던데 이거시 자본의 힘인지... 배우들도 완전 베테랑들이고 대사 치는 거라던가, 백그라운드 연기나 어디 흠잡을 데 하나 없었다. 배우들 생긴 것도 그 아저씨 말고는(ㅠㅠ) 다 완전 훈남훈녀들인데 어쩜 또 그렇게 잘 망가지닠ㅋㅋㅋㅋ 진심 보면서 감탄, 나오면서 감탄, 집에 오면서 감탄. 누가 연극 추천해달라면 진짜 망설임 없이 추천하겠음. 제 ..
뮤지컬 시간에 관람 후기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이 정도면 쓸만하겠지 싶어서 어머니 모시고 다녀왔음. 음... 결론을 얘기하면 캐릭터 배치 괜찮고 곡도 잘 뽑았고 연출도 괜찮은데 내용 자체가 너무 신파조인데다가 뒤에 뭐가 이어질 지 굉장히 뻔하게 예상이 가는 전개라서 크게 신선하다거나 새로운 감정은 느끼기 어려운 듯. 심지어 극의 주제를 관통하는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는 설정도 좀 조악하고 인물들과의 개연성이 그닥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움. 그리고 곡을 잘 뽑았다곤 하지만 너무 발라드 일색인데다가 이 곡이 저 곡 같고 저 곡이 이 곡 같은 느낌도 좀... 데자뷰+나비효과 짬뽕 같은, 다분히 어디서 조금씩 베껴온 듯한 대본도 그렇고 약간 억지 감동에 많이 기대려는 듯한 느낌이라서 그렇게까지..
연극 셰익스피어의 사내들 후기 우선 한마디로 평하자면, 지난번 본 현자 나탄이, 작품의 규모에 비해 연출력이 부족해서 아쉬웠던 작품이라면 이번 셰익스피어의 사내들은 작품의 규모에 비해 잉여롭도록 연출력이 넘친 작품... 1. 우선 젊은 극단의 작품이라 그런지, 도전적이라 할 만한 은유의 극본이었다. 비주류 특유의,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느낌이랄까, 대학로에 차고 넘치는 주류로서의 상업적 연극을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완성도와 관객의 호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하는 치열한 고민이 엿보였다. 2. 검색에서 걸리는 후기 등에 주제의식이 뭔지 모호하다는 얘기가 많은데, 내가 보기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셰익스피어'라는 위인 자체에 대한 2차 창작을 통해 명작 탄생의 배경을 상상해보고 '연극과 연극..
연극 현자 나탄 후기 레싱이라는 독일 극작가가 쓴 고전 작품...을 한국에서 초연. ...이라지만 기왕 지금의 무대에 올린다면 좀 더 현대인의 정서에 맞춰줄 순 없었을까 하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 1. 작품 자체는 이건 무대보다는 차라리 그냥 책으로 접하는게 더 나았을 듯. 어쨌거나 무대에 올린 걸 봤으니 무대를 중심으로 평하자면, 전체적으로 '고전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과한 의욕만이 앞선 무대이지 않았나... 2. 인터미션 10분 포함 150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 중에 앞의 70분은 정말 대재앙이었다. 거의 소설 장미의 이름 도입부를 보는 듯한 기분. 정말 쓸데 없다 싶은 장면이 많고, 템포도 느린 데다가 결과적으로는 내용 자체도 도저히 70분이 필요한 내용이 아닌지라 대체 1막 내내 엉덩이가 근질거려서 ... (결..